고양신문 발행인 이영아

지역주민들이 함께 키워야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고양신문은 어린이영화제가 지역축제로 자리잡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행사보도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비판자의 입장이 아니라 주최자의 입장에서 이 행사를 바라보았다. 물론 고양신문은 이 행사의 주최도 주관도 아니었다.

또 누가 우리에게 특별한 자격을 부여해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우린 ‘보기 드물게 좋은’ 어린이문화축제를 함께 성공시켜내야 한다는 공공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분야건 기꺼이 동참하고 싶었다.

영화제집행위원회에 고양의 어린이들에게만 주는 가이드북을 고양신문이 만들어 보겠다고 제안했고 이 가이드북에 고양 어린이들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할인티켓을 듬뿍 좀 넣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이드북이 대량 제작돼 고양 어린이들을 우선 초대하는 두툼한 초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고 영화제에 앞서 가족무료초청 이벤트도 진행했다.

또 영화제 기간에는 고양신문 모든 가족들이 관객이 되어, 주최자가 되어 행사 구석구석을 살폈다. 호수공원 주제광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영상 속으로 푹 빠져들었을 때,  2,000여석에 이르는 어울림극장 좌석이 매진됐을 때, 더없이 뿌듯했고 어린이영화제의 메인 이벤트였던 오감체험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빈약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부끄럽고 죄송했다.

주최자가 아니면서 주최자처럼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참 행복한 일임을 느꼈던 고양신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영화제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역주민들이 축제의 주인이 아니라 관람자의 입장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지역을 향해 먼저 도움과 동참을 당부해야 했던 집행위원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손 내밀기를 주저했다.

어린이영화제가 논의되기 훨씬 전부터 고양에서 어린이영상교육을 먼저 실천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있었고 고양의 어린이들을 소재로 풍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동화작가들도 있었고 음악으로 연극으로 그림으로 고양의 어린이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풍성한 문화 인력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 역시 고양신문처럼 ‘보기 드물게 좋은’ 어린이 문화축제를 위해 기꺼이 함께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들이 모두 나섰더라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공간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년에는 어울림누리와 호수공원 뿐만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에서 어린이영상축제가 만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집행위원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축제를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학부모들이 기꺼이 동참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자.  

“좋은 영화란, 아이들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영화”라는 토마스 하일러(2006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심사위원장)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영화 한편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이 말을 되새기며 그 어느 영화제보다 감동적이고 신명나는 어린이들의 ‘시네마천국’을 만들어 가는데 고양신문이 힘이 되고 싶다. 내년에는 영화제에 오지 못할 형편의 아이들도 차별없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영화를 싣고 가거나 영화제 티켓을 선사하는 일에 고양신문이 앞장서야겠다. 올해 미처 못한 일이라 생각되니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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