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갑/시인

한수 이북을 중국사에 편입
고양 고대사도 중국의 역사?

최근 중국사회과학원은 역사 왜곡의 백미(?)라 할만한 논문을 무더기로 발표했다. 철저히 중국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그 논문엔 고조선에서 발해에 이르는 우리 민족의 고대사가 일개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둔갑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북공정의 한 결과물인 이번 논문에는 역사 왜곡의 수위를 한 차원 높혀 북한 지역과 한강 이북도 한때는 중국의 영토였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미 고구려를 중국 변방의 지방 정권으로 격하시킨 중국은 이제 발해사를 넘어 한강 유역까지 자기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를 방치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고양의 고대사도 중국 교과서에서 배워야 할 판이다.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시켜 끝내는 동북아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중국 정부의 비열한 야욕이 이번 논문으로 다시 한번 확연히 노출되었다. 발빠르게 장군총과 광개토왕비를 자기네만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야비한 중국. 그것도 모자라 그 중국이 이제는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마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며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에 백두산의 등재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유장하게 이어온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지경이 되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학계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정녕 무슨 배짱인지, 아직도 우리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영양가 없는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 서울대 임효재 교수가 언론에 폭로한 우리 정부 내 한 인사의 발언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중국 정부가 집요하게 동북공정에 매달리던 2003년 말의 어느 날, 문화부 주재로 동북공정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 회의에서 모 인사는 "대세를 인정하자.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될 상황이니 중국을 도와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정부측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대세를 인정하자’는 분위기여서 크게 놀랐다고 한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매국노적인 행위나 다름없는 천인공노할 망언이 우리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어쩔 것인가. 이런 썩어빠진 정신으로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역사란 한번 잘못 기록되면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선택은 한가지뿐이다. 정부와 학계는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역사 왜곡에 당당하게 맞서 싸워 이기는 길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역사 왜곡의 정당성으로 내세우는 이론과 주장이 허구와 날조 투성이라는 것을 대외에 증명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논리적인 대응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고고학, 언어학, 민속학, 종교학 등도 폭넓게 연구되고 분석되어 객관적 반론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자, 우리 모두 자각하자. 지금은 동북아 정세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절실할 때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정부와 학계는 더 이상 물러서지 말고 부디 강력하고 치밀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중국이 잘못을 뉘우치며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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