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공람, 공청회 없애야

지난 10월 실시된 백석동 출판단지의 도시계획시설 용도변경 공람 내용은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각 1개사에 하단 박스 광고로 게재됐다. 그러나 백석동의 김범수 의원은 공람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신문기사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백석동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공람 절차 중 고양시가 주민동의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일까지가 공람 기간이었던 호수공원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에는 총 20장의 의견서가 제출되었다. 숙박시설이 포함돼있어 논란이 예상되자 고양시 도시주택과는 이견을 제출할만한 일부 시민단체와 관련 시의원들에게만 연락을 취해 의견서를 받았다. 일산신도시의 중
심, 노른자위 땅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일산 주민들은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한 중앙 일간지의 화려한 홍보성 기사만을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계류됐던 개명산 골프장 건설과 관련 지역주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공람 절차가 끝나버렸다”며 뒤늦게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도시계획 변경 등 중요한 사항에 반드시 거쳐야하는 공람, 공청회, 주민설명회가 무성의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는 구색을 통반장 등 연락이 가능한 소수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공람은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각 1개씩에 작은 박스 광고로 게재돼 14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 게재는 공보실의 조정에 따라 번갈아 다른 신문에 게재되는데 지방일간지의 경우 한두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양시 전체에 수백부 내외의 신문이 배포되고 있다. 결국 해당 중앙 일간지를 보지 않으면 공람 내용을 알 길이 없다.

대진대 도시공학과 김세용 교수는 도시계획법에 명시돼있는 주민제안제도와 공람, 공청회 등만 제대로 활용된다면 도시계획에서 주민들이 소외되는 일은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주민참여 방안도 △ 계획단계에서 팜플렛, 설명회, 간이신문 발행 등을 통한 참여 △ 지구지정단계에서 공람 공청회 간담회 △ 기본방향 설정과 계획작성 단계에서의 주민 총회 △ 게획 확정 단계에서 공람 공고 보고회 등 다양한 방법과 경로가 가능하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 주민을 행정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면 도시계획을 세우기 전 먼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만큼 충분하게 공청회와 공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안하는 건 법에 걸리지만 많이 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방식도 지금처럼 2개 일간지 게재는 주민보다는 기자실의 눈치를 본 결정이다.

법정 시비로 옮아가고 있는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의 경우도 지방자치 단체장의 의지가 도시계획 변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로 학교 상수도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주민들이 반대하는데도 단체장이 용도변경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백석동 출판단지 용도변경 역시 고양시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경기도의 수차례 반환에도 다시 일부 수정된 상태로 공람 절차를 마친 상태다.

김세용 교수는 현재 계획을 마치고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되는 공람 공청회를 처음부터 수시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도시설계 변경권은 작년 7월 개정된 도시계획법에 의해 다시 광역 단체장에게 돌아갔지만 기초단체장의 의지는 여전히 도시계획과 개발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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