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어린이 전문서점 동화나라(919-0518) 한 켠을 채워가는 책 가운데 아이들 생활을 다룬 현실동화가 많아졌다. 모임에서도 회원들과 함께 읽고 그 섬세한 마음결을 옮겨놓은 작가의 능력이 놀라워서 아이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생일잔치에서 소외당한 아이의 마음, 엄마의 잔소리에 소중한 자기의 꿈이 사라지는 걸 싫어하는 아이처럼, 일상에서 묻혀질 뻔한 자잘한 이야기는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우리 애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혹시 우리 애도 그런 마음이 있는가 싶어 이야기도 나눠보지만 그저 심드렁해 보일 뿐이다.
그러면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더 오래 상상의 이야기를 즐겨하는 것 같다. 여자아이들은 10살 전후로 현실의 이야기에 깊은 감상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말이다.

상상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 가운데 <엘머의 모험>(비룡소)이라는 책이 있다. 엘머는 길거리에서 만난 배고프고 더러운 늙은 고양이를 데려다 우유를 먹이고 장작을 때서 몸을 녹여준다. 하지만 고양이는 곧 엄마에게 쫒겨나고, 자기를 찾아나선 엘머에게 동물의 섬이라는 먼 곳에 아기용이 갇혀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엘머는 고민 끝에 아기용을 구하러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아이는 모두 3권으로 된 이 책을 재밌게 읽고 나더니, 같은 내용으로 된 만화영화가 있다고 했다. 만화영화를 빌렸던 풀꽃마을(도서관 916-6364)에 알아보니 우일영상에서 지난 97년에 나온 비디오로 동화보다 훨씬 먼저 들어왔다고 한다. 그 비디오를 빌려다 다시 보았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다른 만화에 비해 볼만하다. 책을 다시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아이에게 책이 더 재밌는지, 만화영화가 더 재밌는지 물어봤더니 만화영화가 더 재밌단다. 애써서 읽지 않고 편하게 앉아 보는 게 더 편해서겠지. 하지만, 원작보다 나은 영화가 있던가.

그러다 보니 몇 년전에 읽은 <벽장속의 인디언>(고려원 미디어)도 생각이 났다. 주인공이 생일날 형에게서 낡은 벽장(찻잔을 넣어두는 작은 가구)을 선물로 받았다. 그 안에 친구에게서 받은 인디언 인형을 넣고 할머니의 열쇠로 잠가두었는데, 그 인디언 인형이 진짜 사람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 동화도 영화로 만들어진 게 있다. '리틀 인디언'(삼화프로덕션)이라고. 정말 인형만한 사람, 이뤄쿼이족 인디언이 나온다. 인형만한 사람에게도 소중한 목숨이 있다는 주제를 살리긴 했지만 동화의 감동을 따라가기엔 너무 짧았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동화가 다시 읽고 싶어진다. <벽장속의 인디언>은 줄을 긋고 읽을 만큼 좋은 내용이 많았다. 아이도 '리틀 인디언'을 보고 책이 읽고 싶어질까? 조금 더 크면 자잘한 글씨의 두꺼운 그 책을 권해볼까 보다.
<일산 동화읽는 어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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