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장항동 주민

자동차가 우측통행하는 우리나라는 보행도 우측통행을 해야 하며 좌측통행은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독일에 있는 아들을 볼 겸 쾰른이라는 도시를 들렀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 찼고, 질서를 잘 지키는 독일 시민답게 한편은 오는 사람, 또 한편은 가는 사람으로 채워져 한쪽은 얼굴들만 보이고 다른 한쪽은 뒤통수들만 보이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역시 그들의 보행 질서는 우측통행이었다. 유럽 사회에 익숙한 아들에게 물어보자 독일에서는 어디에서나 우측통행을 하며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세계에는 두가지의 도로주행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는 일본과 영국 그리고 그들의 지배하에 있었던 호주와 동남아시아의 몇몇 국가가 좌측통행을 하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중국 등 대륙 국가들이 우측통행을 한다. 자동차가 우측 통행을 하는 나라는 보행도 우측통행을 하고, 일본처럼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는 보행도 좌측통행을 당연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자동차는 우측 통행을 하면서 보행자는 좌측통행을 하는 기형적 모습으로 아직도 남아 있게 되었을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는 늘 질서 의식을 배우며 국민 모두 좌측통행을 자연시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는 일본의 지배하에서는 좌측통행, 해방 이후 미군정 이후부터는 우측통행으로 바뀐 이중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좌측통행을 선진질서라는 미명 아래 강요적으로 교육을 받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며 익숙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배운 우리 국민 모두는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설령 보행자 좌측통행이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세계적 질서에 위배되어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 특히 이승만 정권 이후 친일 관료에 의해서 나라의 살림이 주도 된 탓에 보행자 통행조차 우측통행의 자동차 문화에 걸맞게 바꾸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암담하게만 생각이 든다. 일제의 망령이 어찌 좌측통행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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