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강촌수필문학회 회원

내가 사는 고양시에 곳곳에 펜스가 늘어가고 있다. 펜스란 사고예방이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있을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많을수록 좋지 않은 것도 있게 마련이다. 집 담장, 공원 울타리, 도로변 펜스-이들 모두 필요하기도 하지만 적을수록 좋은 물건들이다. 이것들은 미관상 답답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방해하고 어울림을 조화롭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집 담장은 낮을수록 좋고, 공원 울타리는 잔디밭이나 꽃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자유로움과 휴식을 위해서는 없을수록 좋다. 마찬가지로 도로변 펜스도 자동차의 흐름과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도시 생활을 위해서 가급적 설치하지 않는 것이 도시의 생명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펜스나 가로등과 같은 안전시설들은 불가피하게 설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도시 내의 건물과 간판 등 많은 시설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복잡한 상황에서 이들 안전시설마저 눈에 두드러져 더욱 혼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감추어지듯 눈에 띄지 않는 색상이나 간결한 모양으로 설치되는 것이 도시 미관상 바람직할 것이다.

왜 우리 주변에 펜스나 과속 방지턱 같은 억지적 시설물이 도로 주변에 늘어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시민의 부족한 질서의식 때문일 것이다. 질서를 지키지 않기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이들 억지적 시설물들은 늘어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시설들은 일시적 안전은 보장될지언정 궁극적 목표인 시민의 자유로운 질서의식을 높이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은 역행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 시설물들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폐해 즉 자유로운 생활이나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식은 아니다. 사회적 질서를 위한 이러한 시설물의 설치는 원론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며 그 원론적 입장의 근거는 자유로운 사회의 건설과 경제적 효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소수의 안전에만 급급해서 일시적 미봉책을 쓴다면 그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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