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환경 책을 중심으로

어린이 책에서 지식책이 갖는 비중은 크다. 나날이 출판량이 늘어나는데도 독자들은 좀더 다양하고 질 좋은 지식책을 요구한다. 이것은 우선 지식책이 어린이가 자기를 둘러 싼 세계를 관찰하고 질문하고 대답을 얻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책은 어린이들이 지닌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의 세계는 ‘정보화 사회’라는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어른들은 변화가 주는 속도감에 시달리며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리고 많은 부분 그것을 책에서 구한다.

이런 분위기는 지식책에 대한 엄격한 비평을 요구한다. 어린이를 위한 지식책 분야는 어쩌면 비평의 사각지대였는지도 모른다. 비어 있었기에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분야인데 말이다. 덕분에 어떤 책들은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고 또 어떤 책들은 은근 슬쩍 권장도서목록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지식책들은 어린이의 삶과 그들의 학습에 특별하며 동시에 매우 만족할 만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적절한 때에 주어진 적절한 책은 어린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고 대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주는 ‘보물’이 된다. 숲이나 강에서 자연이 주는 다양한 경험을 한 어린이는 숲이나 강의 생태에 대해 체계적으로 풀어낸 지식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제 막 문 밖으로 나가 나비 한 마리를 본 유아에게도 나비의 아름다운 이미지와 선명한 모습이 실린 사물그림책은 사물에 대한 정감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책 중에는 흥미를 위장한 채, 어린이의 호기심을 눌러 버릴 만큼 많은 재료를 꾸역꾸역 넣은 책들도 있다. 그릇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도 있고,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지식을 조각낸 책들, 심심풀이로 읽을 단순한 흥미거리만 주는 책도 많다.

싫든 좋든 현대를 사는 어린이의 삶과 미래는 지식의 양과 질에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떤 지식책이 필요한 것일까? 폴 아자르의 표현을 빌면 “어린이는 마음을 눌러 버릴 만큼 많은 재료로 꽉 채운 책이 아니라, 마음속에 한 알의 씨앗이 떨어져 그 씨앗이 안에서 커가는 지식책을 사랑한다.”

<이성실·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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