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의무에 대해

IMF 이후 도시빈곤층은 더 가난해졌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어린 자녀들까지 버리는 가정 붕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어른이나 교사들보다 자본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는데도 무주택 가구가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이것은 집을 가진 3명중 1명이 평균 2.95채씩 보유하고 6채 이상 소유한 자도 17만 가구나 되기 때문이다. 땅 부자 상위 10%가 전국 토지 72% 소유하여 이들은 5년 간 땅값 상승으로 265조원을 챙겼다. 이런 마당에 누군들 땅이나 아파트 투기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정말 나쁜 사람은 내 안에 ‘나’뿐인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정신 암에 걸린 것 같다. 이 병은 정세를 알 수도 없고 치료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 일하는 유명인사들 중에도 정신 암 말기환자 들처럼 회복 불능의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이코패스(psycho-path: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인간)들이 돈으로 교육받고 권력을 얻어 모든 국가 정보를 이용, 온갖 재주를 다 부리며 진흙탕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못 벗어난다. 부유층은 몸치장에 돈을 쓰고 서민들은 먹고사는데 돈을 쓴다. 문화체험 활동은 고사하고 먹고살고 교육시키는 것까지도 힘들어 빚에 쪼들려 카드 돌려 막기로 겨우 살아간다. 저금리라고들 하지만 서민들이 이용하는 카드 이자는 아직도 2자리를 고수하며 고리 사채로 서민들은 피 눈물을 흘린다.

이토록 온 국민을 정신 암에 걸리도록 만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터뜨려 내는 것은 그야말로 메가톤급 충격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는 ‘모럴 헤저드(개인의 도덕적 위기)’가 아니라 ‘시스템 헤저드(사회구조적 위기)’다.

우리 사회 위기를 벗어나게 하려면 냉정한 머리와 따듯한 가슴이 살아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뉴 라이트나 뉴 레프트 같은 이념 논쟁으로 백성을 끌어들여 우파 좌파, 주류 비주류 편가르기나 논쟁으로 정신 암을 퍼뜨릴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 즉 사랑 실천이 필요한 것을 역설하고 가진 자의 의무를 다 하도록 참다운 부자 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의 모순을 반대나 대립으로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하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더불어 먹고사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벼슬의 욕심, 돈의 욕심, 자녀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흉년이 든 사람들을 위해 나그네와 과객들이 묵고 지낼 수 있는 땅과 집과 양식은 남겨두어야 한다. 빚에 찌들어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원은 항상 고갈된다. 내가 더 가지면 남이 쓸 것이 없어진다. 나의 행복이 타인에겐 불행이 될 수 있다.

옛날 양반들은 춘궁기에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남는 잉여 물자로 불행한 이웃을 돕는 정신을 꽃피워 나갔다. 뿐만 아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쌀을 무료로 나누어주며 흉년에는 며느리들에게 무명옷을 입도록 하고 은수저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양반 정신을 되살려 가진 자의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양반부자가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목사·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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