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운영 맡기자 주민 참여 줄줄이

‘주민자치 센터’에는 왜 아이들이 없을까. 아니,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 시설일까.

연수2동 주민자치센터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자치센터 주변에 초 중 고등학교가 가깝게 있고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방과후 공부방을 열었다.

자치센터 운영을 인천 여성의 전화 방과후 지도자 연구 모임 과정 수강생들이 자원봉사 교사가 돼주었다. 공공 근로 요원 중 2명에게 전담 실무 업무를 맡겼다. 다양한 공부방 활동을 위해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도 받았다. 엄마들이 각자 전공별로 교사가 됐다.

연수2동 주민자치센터는 99년 처음 인천 여성의 전화에서 위탁운영을 맡아 문을 열었다. 자치센터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자치센터를 운영해보자는 구의회 의원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구조조정에 여파로 인력이 줄어들어 운영 실무자를 둘 수 없는 상황에서 동사무소도 흔쾌히 위탁운영을 받아들였다.

여성의 전화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들로 실무팀이 구성돼 청소년 공부방과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조사를 먼저 실시했다.

2만 8천여명,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구분되는 주민들 대부분의 고민은 교육. 꾸준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들이 관심이 모아졌다.

공부방은 주로 글쓰기, 역사교실과 현장학습으로 진행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이야기들, 현장 나들이에 지역의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을 잔치도 열었다. 지역의 목수들을 강사로 초빙해 목공예 교실을 열기도 했다. 마을잔치는 올해부터 어른들까지 참여하는 큰 동네 행사로 바뀌었다.

연수2동의 가장 큰 자랑은 풍부한 자원봉사자. 인천 여성의 전화 자원봉사자들로 출발해 실무팀은 지역 주민들로 확대됐다. 실무팀은 업무에 따라 공부방, 성인, 주민자치위원, 전문 여성상담 분과로 구성해 이제 자치센터 운영은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고 있다. 연수2동의 사례가 전해지면서 이들이 주축이 돼 ‘인천주민자치연구모임’이 구성되기도 했다.

햇수를 더해가며 성인강좌에서 만난 지역 여성들이 소모임을 꾸리고 자원봉사자와 전문 강사로 발굴됐다. 지역지도자를 자치센터가 길러낼 수 있게 된 것. 관심있는 이들은 주민자치 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주민자치위원 28명 중에서 12명이 이렇게 위축된 여성위원.

동정자문위원회가 그대로 주민자치위원으로 계승된 타 지역과 달리 연수2동은 동정자문위원들은 고문으로 위촉하고 지역 주민들과 자치센터에서 추천된 이들이 자치위원으로 주 활동을 맡고 있다. 각자 위원회 내에 관심있는 분과에 참여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보통 자치위원의 주업무인 회의인 타 지역과의 큰 차별점이다.

이처럼 자치센터가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동의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자 올해부터는 연수구청에서 강사비를 한달에 8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처음 시민단체에 위탁을 맡겨놓고 동사무소 직원들은‘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복사지 한 장도 아까워했다고. 하지만 이젠 다르다. 22일 열리는 박람회에 최우수 자치센터로 발표를 하는 일에 동사무소 전직원들이 나서서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연수2동에서 다들 싸안고 끙끙거리기만 하던 자치센터를 시민단체와 주민들에게 조건없이 맡기지 않았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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