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본지 편집위원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고사 논란 이후로 교육현장에 논술교육 바람이 뜨겁다. 초등학생들까지 논술 과외가 성행하고, 대학수능이 끝난 상당수 고등학생들은 아예 학교 수업도 팽개친 채 이름난 논술학원가로 달려가고 있다고 걱정이다. 여기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는 건 역시 사교육계이다. 각종 논술 교재 개발, 맞춤식 족집게 논술이 높은 값에 활개를 친다. 부채질을 하려는지 교육당국도 논술바람을 거든다. 교사들의 논술 연수를 강화한다느니, 논술교육 매뉴얼을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겠다고 나선다. EBS방송과 온라인까지 이용해 논술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법석이다.


논술이 무엇인가? 사전의 의미로는 ‘의견을 논하여 말함’을 일컫는다. 대학시험에서는 글로 쓰니 ‘논술문’이라 해야 정확한 말이겠고, 우리가 학교에서 흔히 배운 명칭으로는 ‘논설문’이라면 이해하기 쉽겠다. 이런 유형의 글로는 신문 사설을 대표로 들 수 있겠지. 그렇다면 논술이 그다지 대단한 글도 아니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집중과외를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공부도 아니다.


문제는 초·중등 학교에서 과연 제대로 논술문을 쓸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교육부는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표본 삼아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술 시험으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꼽는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으로 우리 대학이 치르는 논술고사와는 그 목적과 문제 유형이 사뭇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를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펼치는가를 평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독서, 토론이 일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 교육현장은 폭넓은 독서 교육이나 삶에서 우러난 경험을 바탕으로 비판적인 자기 생각을 펼치는 글쓰기와 토론 교육은 아직도 뒷전이다. 여전히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해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고 시험 문제 풀이 중심의 기계식 수업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평가의 기본은 학생이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하였는가 측정하는데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인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보면 그 내용이 현행 교육과정의 수준을 뛰어넘거나 교육과정 체계와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이 2008년도 입학생부터 적용 비중이 높아지는 고등학교 내신성적인 학생부 기록이 못미더워 논술고사를 대학 본고사 형태로 변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학생 선발권 보장이니 학문의 자율성이니 포장하지만 그 속셈은 온 나라 학생들을 성적으로 촘촘하게 한 줄 세워 맨 앞부터 끊어 받아들이려는데 있는 것이다.


지금 논술고사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학벌사회의 입시 교육이 풀리지 않는 한 초·중등학교의 교육이 결코 교육본질을 추구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학 입시 방법이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논술교육을 시키려면 우선 서울대를 정점으로 줄 세우는 대학서열 구조와 대학 진학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입시경쟁 체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교사와 아이들이 마음껏 토론하고 발표하고 글을 쓰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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