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서 대안교육 새싹

‘이우(以友)학교’.
‘벗과 함께, 벗삼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학교가 준비 중이다.
한 책상에서 경쟁자가 아닌“친구를 만나고 스스로 그런 친구가 되는 곳”. 이우의 뜻이며, 이우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97년 분당에서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 몇몇이 모였다. 의견이 한곳으로 향했다.“대안학교를 만들자.”

주변의 사람들이 힘을 합하고 200년 7월에는 32명의 설립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모임을 시작한 이후 내내 속을 썩이던 부지도 마침한 곳을 찾았다. 터를 찾아다닌 시간만 해도 3년. 용인, 수지, 분당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학교 못세우면 부동산 업자 해도 돈좀 벌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나눌 정도로 터찾기가 힘들었다.

분당구 동원동의 1만3천5백평이 ‘통학 가능한 자연이 있는 곳’. 이제 이곳에 교실은 물론이요 농장, 목공터, 철공소, 유기농 연구소, 실습장 들이 터를 잡게된다. 욕심 내던 학교 안 생태마을은 부지가 좁아 포기해야한다. 대신 근처의 다른 부지를 찾아볼 예정이다.

작은학교, 3년간 담임제, 밭일구기, 도제실습, 철학수업…이우학교가 품고있는 희망이다. 2003년 첫 입학생은 중학교 3반 60명, 고등학교 4반 80명. 이우학교는 중고등학교 통합교육을 목표로 한다. 6년간 일관된 철학과 방법으로 교육해야만 더불어 사는 아이들을 기를 수 있다는 이념이 바탕이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도 이우 학교 한켠을 차지한다. 이우 교육을 이우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과도 나누는 장이 된다. 추진위는 대안학교가 도시마다 세워지는 먼 미래에 대안학교 교사들을 길러내는 사범대학 역할까지도 기대한다.

학교 하나를 만드는 데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사실. 이우는 한 사람의 재정가에 기대지 않는다. 우선 설립위 위원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했다. 또 일반위원을 모집해 1백명의 설립위원이 설립과 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3억을 낸 이나 2천만원을 낸 이나 이우학교에서 행사할 수 있는 표는 하나다.

한 교실에 20명인 작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수업료도 일반 학교 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일반 학교의 150%는 되지 않을까”하는 게 설립위의 예상.

사실 지금까지 대안학교들이 부적응아나 문제아를 품어안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이우학교는 다르다. 학생선발에 사회성, 감수성 같은 ‘여분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지적능력도 필수다. 혹 이우학교가 일부만을 위한 또다른 엘리트 학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광호 사무국장은 “졸업한 아이들이 이 사회의 엘리트로 거듭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존 교육제도에 숨통이 막혀하는 보통의 아이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설립위원들 중에는 이 학교에 보낼 자녀가 없는 이들도 있다. 단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 하나로 모였다. 시민이 만든 학교. 이우학교가 일구는 학교다. 우리나라 첫 시도이기도 하다.
이우학교 설립추진위원회는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전 교육부 장관), 전보삼 신구대 교수가 고문으로 있다. 이종태 한국교육개발원 기획팀장과 분당에서 철학교실을 열었던 정광필씨, 하동근 성남 문화연구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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