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등산로 이용 … 혼자 산행 금물

삶과 죽음의 순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직업 중 하나가 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아닐까.

그래서 병원 응급실 앞은 하얀 의사가운만큼이나 소방서 구급대원들의 주황색 복장도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잠긴 현관문을 푸는 일에서부터 떠돌이 개를 잡는 일까지 출동내용도 다양하다. 고양신문은 이번 주부터 이들 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을 연재한다. (기사는 사건 내용을 일부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7일 주말을 맞아 이명호씨(가명·34·파주)는 여느때와 같이 홀로 산행에 나섰다. 오늘은 가까운 북한산. 젊어서부터 등산에는 자신이 있던 터라 이씨는 홀로 야간산행을 즐겨왔다. 어둠이 깔릴 무렵,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 때 이씨는 산을 오른다. 일반 등산로는 싱거웠던지 등산로가 아닌 험한 지형을 찾아 정상으로 향했다.

차츰 어둠이 짙어지자 이씨는 준비해온 ‘해드랜턴’으로 앞을 밝히고 길을 나섰다.

어느덧 북한산의 ‘원효봉’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이씨 앞에는 검은 회색빛의 바위가 가로막았다. 바위 등반은 금지돼 있지만 약간의 스릴을 맛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정상을 향해 기어 올랐다.

북한산 등산로 입구 ‘K상회’ 주인 장명호(가명)씨는 등산객들이 차츰 북한산을 벗어나 한산할 무렵인 오후 6시 30분경 원효봉 주변에서 규칙적으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등산객의 조난신호라고 생각한 장씨는 고양시 119 긴급구조대에 신고.

현장에 출동한 고양소방서 119 구조대는 불빛으로 조난자의 위치는 알아냈지만 현장까지 접근하기가 만만찮은 일이다. 사고 현장까지 길이 없어 구조대원들도 산에서 길을 잃을 판이었다.

대원들이 겨우 조난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씨는 바위에서 미끌어져 왼쪽 발이 부러져 있었다. 이씨는 마침 휴대폰도 갖고 있지 않아 절망적인 심정으로 해드랜턴으로 조산신호를 보냈던 것. 헬기가 뜰 수 없는 칠흙 같은 밤이라 환자를 들것에 싣고 다시 산을 더듬어 내려와야 했다. 신고접수 3시간만인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무사히 환자를 병원에 후송할 수 있었다.

야간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산에서 만약 조난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구조대의 최원석씨는 “이씨의 경우 산행에 대한 자신감이 화근이었다”며 “겨울철 산행은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혼자 다니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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