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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믿음고광석/본지 편집위원 대명한의원장
   
 
   
 
 병의 치료를 허락하지 않는 사람은 치료하지 말라(病不許治者 病必不治 治之無功矣)는 말이 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믿음이 없는 상태서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요즘 한의사들은 광고도 하고 현대식 기계도 놓고 병원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다. 제가 하는 방식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한의학의 병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해서 환자가 의사를 믿도록 해야한다. 믿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비교할 한의사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타인을 믿고 살아가기 힘든 때인 것 같다. 마을 공동체로서의 삶이 없어진 뒤로는 모두 경쟁상대가 됐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뿐입니다. 내가 다른 이를 믿지 못하니 다른 이 또한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논어에는 정치에서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는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문답이 나온다. 먹고 사는 일과 나라의 안보를 위한 군사와 백성들에 대한 믿음 중에서 무엇을 먼저 버릴 것인가를 물어보는 제자에게 병사를 먼저 버리고 다음이 양식이고 마지막이 믿음이라고 했다. 백성들이 믿음이 없으면 설 수가 없다고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살아있지만 믿음이 없으면 죽은 거나 다름이 없다는 뜻으로 말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은 변함없이 믿음이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바닥이다.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경이다. 도대체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고민해 보았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라는 결론이다. 아무리 옳은 말과 바른 정책을 펴려고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를 않았다. 대통령과 정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또한 여태까지 우리를 숨막히게 했던 권위주의를 깨뜨린 공로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못마땅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더 큰 실망을 했을지도 다. 수출실적은 유사이래 가장 좋고 북한이 위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북이 핵개발을 했다는 얘기가 기사화되었어도 국민들은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다. 중산층의 상승욕구가 커져 사교육비 부담이 많아 살기가 어려워졌지만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 복지정책을 확대하느라고 어느 한쪽을 지원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복지정책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하다보니 양극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정치적으로는 정당의 민주화에도 실패한 부분도 그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지도층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위해 발품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 남은 기간이라도 사회의 덕있는 인사들을 만나 추천을 받고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믿음을 회복하는 데는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하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윗사람들이 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니 아랫사람들이 도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는 구절이 나온다. 말로는 국민을 위하는 척 하면서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오늘날 온 국민을 불신 속에 가두어버렸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공인들의 도덕성이 필수적이다. 국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로 자기 생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국민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정쟁하는 꼴을 보고 불신하지 않도록 애써야 될 때이다. 그래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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