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 감사 자료 준비에 밤새는 공무원들

연말이 다가오면서 고양시청과 양구청의 공무원들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준비로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러나 준비하는 손길에 흥이 나지 않는 것은 이렇게 준비된 자료가 대부분 제대로 활용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 때문이다.

시의회 개회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저녁 11시. 시청 본관과 별관 몇몇 부서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마무리 자료정리에 한창이었다. 직접적으로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는 한 부서는 지난달 말부터 벌써 한 달째 새벽까지 야근을 했다. 이 부서 직원들은 일요일까지 반납한 채 일하고 있고 자료요구가 집중된 일부 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1월 8일 고양시청과 덕양·일산구 직장협 대표들은 정광연 고양시의회 의장과 면담을 갖고 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요구자료들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내용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직장협 대표들은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요구자료 준비를 위해 일과시간에는 틈틈이 자료를 수집하지만 내용이 너무 많아 대부분 야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면담의 성과에 대해 시청 직장협의 허신용 회장은 “직장협의 이번 요구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지만 앞으로 시의회에서 자료 요구 전에 집행부와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제출된 자료에 대해서는 “자료를 요청한 시의원들이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해 의회 속기록 검토와 모니터링을 통해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불만은 자기가 밤을 세워 준비한 자료가 과연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데 있다. 공무원들을 가장 힘빠지게 하는 요구는 ‘…와 관련된 모든 자료’나 ‘…의 현황, 내용’등 부서 업무 전체를 총괄하는 자료들이다. 일산구청 모 직원은 “의원들이 일단 자료를 받아보고 그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상식적인 수준의 법적인 근거나 자료를 요구해 공무원들을 허탈하게 하기도. 가장 품이 많이 가는 일들은 각 사항별 주소나 성명, 날짜, 연락처 등을 요구하거나 동별, 부서별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이런 자료들을 어느 의원이 다 살펴보겠는가”라며 의구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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