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학교·지역사회의 협력이 미국교육의 기반

지난 3월말에 한미교육자협회(KOREAN-AMERICAN EDUCATO RS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었다. 남가주(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국인 교육자와 교육국(우리나라 교육청)공무원, 학부형,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을 위한 자리였다. 한국인 뿐 아니라 중국인, 필리핀 등의 많은 ASIAN들도 참석했다. 아시안들의 교육열이 역시 대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도 한국인으로서 미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교육에 관계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컨퍼런스는 교육에 관한 주제를 여러 장르별로 나눠 전문가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가족/ 학교/지역사회의 협력’이었고 교육에 있어 이 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표준학력고사 점수가 집값 좌우

미국도 현재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추진 중이다.
지난 미국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라면 학생들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학년 내에서도 선생님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도 달랐다고 한다. 가난한 지역학교 학생은 부자동네 학교 학생에 비해 배움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고 심지어는 교과서가 부족해 두 학생이 함께 한 교과서를 나눠 보는 곳도 있다한다.
결국 아이들은 만나는 선생님에 따라, 사는 지역에 따라 차별될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었다. 교육에 있어서도 선진국이라 여겨 왔던 미국교육의 실상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다. 좋은 점도 많지만 세세히 들어가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교육 공무원들의 비리, 교사들의 무책임에 대해 한 아가씨에게 미국교육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자기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수업 시간에 교사는 소설책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자습만 시키는 자격미달의 교사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교사들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미국도 몇년 전부터 표준학력고사(STAND ARDIZED TESTING)란 걸 만들어 일년에 한번 시험을 치른다.
시험 결과에 따라 교사에게 상을 주기도 하고 학교마다 기준 목표치를 정해 목표에 달성한 학교는 정부에서 돈을 주어 학교 재정에 보탬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봄이면 실시되는 이 시험을 잘보기 위해 학교 전체가 술렁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SAT 점수가 동네 집 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점수가 높은 학교근처는 좋은 학군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학교마다의 SAT점수 비교표까지 나와있어 한눈에 어느 학교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몇 등인지 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한편으로 보자면 성적만으로 학교를 비교하는 우를 범하기 쉬운 일이다.

어찌 보니 우리나라와는 반대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결과로만 평가하다 열린교육이니 하며 다른 방향의 접근을 시도해보려 애쓰는 한국교육에 반해 열린교육을 지향하다 시험제도를 만들어 보고자 애쓰는 미국교육의 현실은 결국 교육이란 어떤 한 방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은 가게도 학교 기금마련에 도움

미국교육에서 크게 느낄 수 있었던 점이 바로 이번 주제와 관련된 가족, 학교, 지역사회의 협력이었다.
지금까지 보냈던 글에서도 다소 느낄 수 있었겠지만 미국교육이란 큰 덩치의 교육시스템은 우리나라보다 이 세 집단의 협력이 비교적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어 보였다. 한나라의 기간산업이 잘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을지라도 일단 기초가 되는 틀은 잘 잡혀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세 집단의 협력에 있어 기초되는 틀조차 부족하지 않나 여겨진다.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를 강조해 온 일들이 이런 틀을 마련하고자하는 노력이었음을 지금에야 절실히 느끼게 됨이 부끄럽다. 미국에선 교사와 학부모가 한 달에 한번은 P.T.A.를 통해 만난다.

P.T.A.에는 어떤 학부모라도 가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고 학교 정책에 반영된다. 대신 학부모는 학교에서 행해지는 여러가지 일에 협력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지역사회에서도 학교에 많은 협력을 하는데 동네에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라도 학교 기금마련에 보탬을 준다.

우리가 아무리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바뀌기를 바란다해도 이 세 집단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할 일일 것이다. 교육부에만 책임을 지울 일은 결코 아닐 일이다. 또한 이 세 집단끼리 자주 모이고 대화하고 머리를 싸매며 해결책을 의논하다보면 교육문제는 조금씩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자는 교육자들끼리만 모여 의논하고 학부모는 학부모끼리만 모여 의논하다보면 서로가 멀어져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컨퍼런스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더 커 보인다.

“한 아이를 교육하려면 마을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이 마음 깊이 와 닿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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