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희/고양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회장

한동안 춥다가 다시 따뜻해진 날씨에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겨울이라곤 하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산책하기 괜찮은 날씨였다. 호수 공원을 걷다보니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시민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을 보니 지난 꽃박람회 때 애완견과 자전거, 그리고 롤러블레이드로 관람객들과 부딪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꽃박람회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행사장을 찾았었다. 나는 게이트에서 시민들에게 ‘애완견은 데리고 들어가지 마세요.’, ‘킥 보드나 롤러 블레이드는 안 됩니다.’라고 안내를 하고 있는데, 한 관람객이 하는 말이 몇 시간을 걸려 이렇게 달려와 표를 끊었는데 개를 데려 왔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화를 냈다. 또 어떤 고양시민은 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이러한 행사를 해야 하느냐며 못 들어가게 막아 놓은 펜스(fence) 앞에서 욕을 하고 화를 내더니 막아놓은 망을 자전거로 건드리는 일도 있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롤러 블레이드에 관한 것이었다. 규정상 박람회장에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 들어가는 것을 금했었다. 그래서 입구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온 관람객은 운동화로 갈아 신게 하고 입장을 시켰는데, 오후쯤 직원과 관람객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선인장관에 들어가려는 것을 경비업체 직원이 못 들어가게 하니 관람객들이 하는 이야기가 입구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안전상 위험하니 벗고 들어가라는 이야기만 해주었지 각 관을 입장 못한다는 이야기를 안 해주었다며 구경을 못했으니 환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입구에서는 안전상의 문제와 여러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하지 말자는 이유 때문에 다른 신으로 바꿔 신고 들어가도록 유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그 규정을 어기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다니.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 관람객들의 행동은 잊을 수가 없다. 서로가 본인의 입장만이 아닌, 타인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여유 있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적어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스스로 규범을 정해놓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한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과 기쁨은 없을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한 번씩만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