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반디교실 대표

빈 주머니로, 그러나 가슴 가득 뜨거운 열정으로 반디교실 둥지를 틀기 위해 지역의 여러 단체와 주변의 학교, 지역 인사를 만나러 동분서주하던 생각이 난다. 무료공간을 얻어 볼 생각으로 성당으로 교회로 동동거리며 다니던 생각도 난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처음 일곱 명으로 시작한 반디교실이 열다섯 명이 되고 이제는 서른 명의 아이들이 반디공간에서 함께 놀고 공부하고 밥도 먹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동안 반디교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일은 벼랑 끝까지 몰린 아이들의 경제적인 처지와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십여년 전 내가 학원에서 가르쳤던 한 아이는 공부는 못했어도 참 착한 아이였다. 그 아이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키워졌는데 최근에 알고 보니 그 동생은 알아주는 동네 말썽꾸러기가 되었고 내가 가르쳤던 그 아이는 소년원에 가 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가슴을 쳤다. ‘내가 반디교실을 조금만 더 일찍 열어서 그 아이 어렸을 적부터 돌보며 가르쳐왔다면 그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하며 말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은 지금도 너무나 많다. 지금 반디교실을 다니는 아이들도 비슷한 처지지만 우리 아이들은 반디교실의 보금자리 안에 있으니 잘못된 길로 빠지거나 할 걱정은 거의 없다. 그래서 반디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점점 더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 반디교실에서 품어 안아야 할 아이들은 셀 수도 없이 많으니 서른 명은 너무나 적다.

지금의 반디교실 하나를 운영하기에도 벅찬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행신동에도 제 2의 반디교실을 열기로 하고 준비 중에 있다. 행신동에 아이들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고 우리 사회의 든든한 후비대로 키워내는 방과후 공부방 반디교실이 세워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도움을 부탁드린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싶다. 반디교실은 단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밥 먹여주고 돌보아주는 봉사단체가 아니다. 반디교실은 공동체의 아름다운 삶을 아는 아이들, 거짓과 위선이 아니라 정직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이 나라의 주인으로 우뚝 서기 위해 준비하는 공간이다. 반디교실은 미래를 준비하는 진지하고 소중한 공간이며 교육기관입니다. 반디교실의 아이들은 가난하지만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다. 어느 집의 아이보다 당당하고 예쁘고 소중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에이자 푸피에처럼 어린 나무를 가꾸며 푸른 숲을 꿈꾸어본다. 누구도 아프지 않고 누구도 가난에 울지 않으며 그 누구도 다른 이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며 하고 싶고 잘 할 줄 아는 것을 자유로이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반디교실 /818-1236·019-377-9960(이은영)
이메일 : todangbandi@hanmail.net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bandischool(까페이름 : 반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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