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식이네 주말농장 추수하던 날

이제 12살 된 원준식(12, 성저초 5)군.
배추를 뽑고 다듬는게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그 옆에 있는 동생 현식(8, 성저초 1)는 형이 다듬어 놓은 배추를 들어 나르기까지 한다. 자기 키만큼 크게 자란 배추가 조금은 버거운 눈치다.

지난 24일 고양두레생활협동조합 주말가족농장에서 만난 풍경이다.
고작 5평밖에 되지 않는 밭이지만 생협 회원들은 저마다 정성을 쏟고 꿈을 심었다. 도심 속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맡으면 자연인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4월 초순에 상추, 시금치, 쑥갓 등을 심어 6월 중순에 수확하고 5월 중순에 고구마, 토마토를 심어 9월 초순에 거둔다. 김장무와 배추는 8월 중순에 파종해 11월 초에 거둬 김장을 담글 수도 있다. 이런 채소뿐만 아니라 가족의 취향에 따라 심고 싶은 건 마음대로 심을 수 있다.
직접 내 손으로 씨를 뿌리고 기른 무공해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고 아이들에게 채소가 자라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준식이네 가족은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가족농장에 온다. 지금 수확하는 배추와 무는 모두 준식이와 현식이 형제가 심은 것이다. 올 봄에는 오이, 딸기도 심었었다.
준식이 어머니 김승미씨(40, 성저마을)는 "아이들이 자기가 심은 오이, 딸기, 배추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특히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거예요"라며 내년에도 계속 주말을 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거라고.
벌써 몇 년째 주말을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보내고 있다는 준식이네 가족은 돈으로 몇푼되지 않는 푸성귀지만 이웃에게 나눠 주면서 이웃간의 정이 돈독해졌다고.

고양 두레생협 주말가족농장은 올 3월에 문을 열었다.
이 농장은 일반인들에게 유기농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유기농산물의 생산과정도 알 수 있다.
고양두레생협 김홍익 이사는 "주말가족농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제 유기농산물이 모양이 왜 이러냐 또는 비싸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재 600여평의 농장에 세대당 5평씩 임대할 수 있다. 임대가격은 평당 1만원이며 1년간 꽃이건 채소건 마음이 내키는대로 심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며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누구나 환영이다.

일이 끝나면 고구마와 삼겹살을 숯불에 굽고 막걸리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조촐한 파티가 펼쳐졌다.
숯불 연기로 눈이 매워 눈물이 나도 마냥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한적한 시골 정취를 느끼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주말농장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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