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책이나 신문을 읽는 시간보다, TV나 컴퓨터, 영화를 보는 시간이 2~3배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제는 문자중심적인 소통 환경보다는 ‘영상’과 ‘미디어’를 통한 역동적인 소통 환경이 더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영상 환경을 어떻게 이해시키며, 어떤 것을 보여주어야 할까, 라는 가이드라인을 찾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근대 공교육이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리터러시)’를 기르는 것을 바탕으로 한 19세기적인 교육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주목하는 21세기의 교육 철학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즉, 미디어를 해석하고 만드는 능력이다. 2006년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럽의 선진국 8개국이 서명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유럽인 헌장>이 공포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공교육 기관과 어린이영화제, 크게 2가지로 형태로 발달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10년째를 맞이하는 캐나다의 ‘스프롸켓어린이영화제’는 매년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을 참여시켜, 미디어의 기본 개념을 익히고 영화를 보고 토론하며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기는 하는 ‘스쿨 프로램’을 운영해왔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05년 1회 행사를 시작하며, 어린이들이 보는 영화, 어린이들이 만드는 영화, 어린이들이 심사하는 영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상영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를 만들었다. 특히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아서, 수도권 지역의 젊은 부모 세대에게 새로운 문화적, 교육적 환경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2006년에 2회 영화제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로 관심을 돌려 장애인과 소외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어린이/청소년 부문의 주제가 ‘관객의 다양성’이라는 것이었다는 것을 볼 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의 시도가 전 세계적인 이슈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가 2년 만에 아시아의 중요한 어린이영화제로 자리 잡았는데, 작년 새로 구성된 고양시의회 내 여러 의원들의 갈라진 의견으로 인해 두 번에 걸쳐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2005년 영화제 출범 시 중앙 정부와 경기도는 물론,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등에서 환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시민의 대표기구이기에 겸허히 의견을 경청하고자 했으나 삭감 이유가 근거가 없을뿐더러 대화조차 원하지 않아 답답하다. 발전적으로 어린이문화를 함께 고민하기 보다는 어른들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심산이다.

고양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영화제 전체 예산의 15%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7년의 경우에는, 예산을 두 배로 늘려 상정했었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행사가 아니면 경기도 예산, 문광부의 예산 등을 신청할 수 없다.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올해도 어린이들을 위한 공익사업을 펼쳐달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올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여 보다 공교육과 손잡고, 소외된 어린이들을 위한 공익사업을 펼치며, 국제적인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여러 행사를 준비하던 와중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아쉽게도 고양시를 떠나게 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비상업적이고 진지한 문화 행사들이 부족한 와중에, 어른들에 편견에 의해서 순수한 행사가 좌지우지된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윤아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프로그래머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