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취지부터 작품성까지 의견달라

국제 꽃 박람회와 함께 고양시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됐던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가 고양시와 협력관계를 중단하고 국제어린이영화제로 정관개정을 추진중이다. 2007년도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예산 3억원이 전액삭감됨에 따른 결과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있었던 의원들의 의견과 그에 대한 영화제측의 답변을 들어보자./정리·박수연 기자

○최국진 위원(한나라당·기획행정위) : 2006년도 자치행정상임위와 예결위에서 계상되어 있던 3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을 1차 추경에 다시 전액을 계상했다. 이렇게 의회의 역할과 판단을 무시해도 되는가? 
○주민생활지원국장 박상인 : 몇차례 위원들을 만나 설명을 통해 공감을 얻어내 3억의 예산을 반영요구한 것으로 의회를 무시한 것이 아니다.
○현정원 위원(한나라당·사회산업위) : 내용적 측면에서 어린이영화제는 만화의 비중이 높았고 실제 어린이를 주제로 하고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실험작, 성인을 위한 어린이 영화였다. (이런 영화들이) 과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줄 수 있겠느냐. 또한 1950년도, 48년도 (산업기계화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실험작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상영작 가운데 어떤 영화가 실험작인가? 실험영화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또한 2006년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출품작을 연도별로 통계를 내보면, 전체 166편의 작품 중 2006년 작품이 15편, 2005년 작품이 101편으로 최신작의 숫자 및 비율은 116편, 70%이다. 이 밖에 2004년 작품은 14편, 2003년 작품은 6편, 2002년 작품은 3편으로, 2002년 이후 제작된 작품이 전부 139편으로 전체 약 84%에 이른다. 나머지 작품들의 제작연도를 밝히자면, 1990년대 작품이 6편, 1980년대 작품이 6편, 1970년대 작품이 6편, 1960년대 작품이 7편, 1950년대 작품은 3편으로 1980년대 이전에 제작된 영화의 숫자는 전체 27편이다. 현정원 위원이 지적한 50년대 영화는 단 3편뿐이고, 48년 영화는 제2회 고양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바가 없다.
또한 옛날 영화는 볼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인지 질문하고 싶다. 고전문학 작품은 이제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인가? 만일 고전문학만 교육적 가치가 있고, 고전영화는 교육적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예술로서의 영화, 문화로서의 영화적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현정원 위원 : 그 대부분의 영화들이 다 사회주의 영화다. 예를 들면 ‘나의 어머니’는 2차 전쟁으로 인해 전쟁고아가 되고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가 방황한다. ‘꿈꾸는 밸리댄스’는 엄마는 병마에 시달리고 아빠는 게으른 표본으로 보여지면서 아이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이런 내용들이 어린이들한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겠는가. 
▷▷2차 대전 당시 중립국 핀란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7만 여명의 어린이를 스웨덴 가정에 입양시킨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의 주인공) 이에로는 낳은 어머니와 기른 어머니, 두 명의 어머니를 갖게 된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고통당하는 어린이와 낳은 어머니와 기른 어머니 사이의 모정의 문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핀란드 대사관 공보관 Susanna Jacquelin씨를 초청, <나의 어머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어린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핀란드 역사를 소개함으로써,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꿈꾸는 밸리댄스’는 고아가 된 소년 라무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는 데 있다고 믿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치열한 노력 끝에 결국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는 내용.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라무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교육의 장 속에서 희망을 갖기를 바랐다. 프라카쉬 코벨라무디 감독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라무의 상황에 대한 어린이들의 열띤 반응이 있었다.

○최국진 위원 : 1억 3천만원이 순수영화제에 사용되고, 나머지 부분은 필요하지 않다. 시 차원에서 홍보하고 아람누리, 어울림누리 대여해 주면 5천여만 원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영화제에 시가 3억, 도가 3억, 정부에서 3억 총 9억 5억 정도이고 자기들 비용해서 12억이 들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 
▷▷낭비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며, 홍보비가 과다 지출되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행사 진행에 소요된 경비로 행사 자체에 지출된 예산이다. 이제 겨우 2회 행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행사를 알리는 ‘홍보비’야말로 그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길종성 위원(한나라당·건설교통위): 2006년 국제영화제 개막작품(폴 그리모의 ‘왕과 새’)을 보고 그 내용이 어린이를 위한 작품인지 어른들을 위한 작품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사회적인 냄새도 풍겼고, 내용면으로도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미흡했다. 
▷▷‘왕과 새’는 애니메이션사에서 10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안데르센의 동화‘양치기와 굴뚝 청소부’를 원작으로 한 ‘왕과 새’에서, 폴 그리모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유의 가치를 주제로 담아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다는 주장도 있다.

○길종성 위원 : 예산을 3억씩 편성해서 올릴 때는 어린이영화제 결산에 있어서도 제대로 되어 있는지 없는지 먼저 그것에 대해 필요성을 파악하고 예산을 올려야 하는데 시에서는 고양시에서 주축이 되는 행사니 그냥 해 주자 하는 식의 예산을 받아들인 것 같다.
작년에 영화제 어린이 참가인원은 몇 명 정도인가 
○문화예술과장 이상화 : 2005년도의 관람인원이 1만5854명, 2006년도에는 2만986명이다. 
○길종성 위원 : 입장객 어린이수가 10억이라는 예산을 들인 것에 비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제1회 영화제의 희망을 토대로 상영프로그램과 부대행사의 정비와 확대를 도모하고 ‘소외계층 및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영화제’로서, 모든 아이들이 영상 문화를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33개국 166편의 영화가 초청, 상영됐고, 20,98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국민은행의 후원으로 마련한 ‘오감극장’과 오감놀이 체험전, 어린이가 영화를 제작하는 ‘날갯짓 영상미디어캠프’, ‘영화 읽어주는 사람’이 참여한 영화상영, 문화시설이 낙후된 경기도 북부 5개 지역을 순회 상영한 ‘움직이는 영화제, 고양이 영화버스’ 등의 프로그램은 국내 타 영화제와 차별화된 행사로서, 일반관객 뿐만 아니라 소외 및 장애 아동 그리고 지역 주민의 높은 호응 속에 진행됐다. 전 세계에 약 180여 개의 어린이영화제가 있지만, 주로 어린이 문화 보호와 교육 환경이 성숙한 유럽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2년 만에 규모 면에서 아시아의 가장 큰 어린이영화제로 자리매김 했을 뿐 아니라 여타 유럽 중심의 어린이영화제와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과 어린이 문화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박규영 위원(한나라당·사회산업위) : 1회, 2회 때 5년전, 10년 전 영화를 상영했다는 것은 어린이영화가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쯤 할 때는 한 20년 전 영화를 끌어와야 될 겁니다. 그러면 어린이영화제가 아니라 회고영화제로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닌가, 내년쯤 되면 50년 전 영화를 끌어와야 될지도 모른다.
▷▷과거 영화를 프로그램에 넣은 것은 ‘회고전’의 가치 때문이다.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의 경우, ‘추억은 방울방울: 명작극장’의 회고전을 통해 학술적이고,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엄선, 상영했다. 영화제라는 문화 행사에서 고전영화가 상영될 때는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과 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새 시대 운운하면서 어린이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어불성설이다.

○현정원 위원 : 그러니까 기존에 하던 어린이영화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어린이영화제만 가지고는 사업성이 문제가 있다, 막대한 10억 이상의 돈을 어린이영화제 하나에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린이영화제는 계승 발전시키되 그것은 어느 영화제 하나의 부설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제1회 행사부터 미취학 어린이 관객을 특화시킨 상영 프로그램과 상영 환경을 마련하여 큰 호응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제2회 고양국제영화제에서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섹션으로서, <세사미 스트리트>로 유명한 세사미 워크샵과 댄싱디아블로스튜디오의 교육 프로그램을 상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인지 발달과 정서 발달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세련된 영상교육교재이다. 또한 장애어린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였으며, 소외아동을 영화제에 초청한 바 있다. 어린이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상영 프로그램은 축소될 수도 없으며, 어른 대상 영화제의 일부로 운영된다는 것은 퇴행적인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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