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손승현 고별전

그는 누구든지 옷을 벗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벗긴다. 그의 시선과 손에 잡힌 사람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죄가 있다면 자신의 전신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 또는 전시와 개별 그림의 제목 모두가 ‘시발공화국(時發共和國)’이듯, 時發共和國에서 행세 좀 한다고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것.

점잔은 한문표기인 時發共和國은 영문 표기에서 작가의 속내가 확연히 드러난다. ‘FUCKING THE REPUBLIC(시발공화국).’

사람 좋기로 소문난 서양화가 손승현(38). 그는 지금가지 3천명에 가까운 사람을 벗겨왔다. 여자 남자 구분이 없다. 그의 그림을 보고있으면 기자에게 사진 잘 나오게 해 달라고 부탁할 일이 못된다. 잘 찍힌 사진은 더 위험하다. 하지만 선량한 고양시민은 염려하지 말기를…. 아직까지 고양신문에 나온 사람은 한 명도 벗김을 당하지 않았다. 왜? 고양시는 時發共和國이 아니므로.

처음에는 배경으로 나온 사람도 벗겼는데 재미가 없다 싶어 앞 화면을 장식한 사람만 벗긴다. 아마도 제일 많이 벗김을 당한 사람은 여의도 주변 사람이나 경복궁 근처에 사는 사람들 일거다.

왜 벗기냐고 물을 이유도 없다. 이미 그림제목이 時發共和國이다. 여기서 그림에 대한 설명은 끝난다. 손승현 씨의 벗기기 작업이 끝났을 때 세상은 더 이상 時發共和國이 아님을 상상하자.

그동안 외동작업실과 갤러리 카페 11월 비를 운영하며 고양시에 전시공간을 제공해온 작가 손승현. 그가 자신의 카페 11월 비(903-0767)에서 갖는 12월 한 달간의 고별전을 끝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림 제목처럼 사람이 사는 곳 어디가 時發共和國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외국 유명인의 옷을 벗긴 엽서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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