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들어가는 많은 색깔과 무늬들 중에서 ‘여성인가’ ‘남성인가’라는 ‘성별’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해 뚜렷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의 얘기를 드러내다보면, 자신의 힘들었던 많은 점들이 자신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남성이었기 때문에 비롯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한 여성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전업주부로 6년 정도 살면서 너무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때 내 발목을 잡은 건 남편도 아이도 아니었어요. 바로 어떤 일도 잘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었죠. 만약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여자라서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만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 그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요즘 세상에 딸, 아들 차별하는 부모가 어딨어? 난 딸도 아들도 모두 얼마나 사랑하는데.’  큰 고민 없이 그저 ‘자식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막연한 자기 믿음에 멈춰있는 경우다.
‘성평등 교육’, 이는 현재 어른들이 겪고 있는 많은 상처와 문제, 어려움들이 결국 ‘여성다움과 ’남성다움‘,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에 대한 강조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고 이를 해체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 자기다움‘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며 ’주체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부모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계집애가‘ ’사내자식이‘라는 접두어를 앞에 붙이며 ’계집애다움‘과 ’사내다움‘을 강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딸에게 ’약사, 교사, 공무원이 여자 직업으로 최고야‘라며 딸의 미래를 제한하고 있다든가, 딸에게는 일찍 일찍 집에 들어올 것을 강요하면서도 아들에게는 ’밖에 나가서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소중하게 대하라‘는 말을 하는 부모는 얼마나 되는지, ’성교육‘은 딸 가진 부모들이나 관심가질 문제이지 아들 가진 부모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든지, ’예쁘고 참하게 키우는 것‘을 딸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은지, 맞고 들어온 아들에게 ’사내자식이 맞긴 왜 맞어. 나중엔 두 배로 네가 때려‘라며 아들에게 폭력성을 부추기고 있진 않은지, 공평하지 않은 가사분담을 불평하면서도 정작 ’~야, 오빠 밥 차려줘라, 남동생 밥 차려줘라‘라고 하고 있진 않은지, ’아들은 태권도, 딸은 발레‘라며 여성, 남성의 영역을 나누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성평등한 교육‘은 아니다.
진심으로 내 딸, 아들이 ’성별의 틀‘에 메이지 않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길 원한다면 많은 부모들이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강요하지 말고 ’그 아이 생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키워주며,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성평등 교육’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
'사내자식이 되가지고~'
'장군감이네'
'계집애같이, 고추 떼라 떼'
'남자가 자존심 상하게 여자한테 져?'
'남자는 우는 게 아니야'
'엄마가 다 해 줄께'
'남자가 왜 맞고만 다녀. 다음부터는 니가  때려'
'여자들은 보호해줘야 되는 거야.‘
<딸에게 해서는 안 될 말>
‘기집애가~'
'미스코리아감이네'
'여자애는 얌전하고 착해야 해'
'여자애가 기가 세가지고는 쯧쯧..'
'여자는 남자보다 너무 똑똑하고 잘나면 안돼'
'시집가려면 집안일을 배워야지'
'나중에 시어머니한테 사랑 받으려면..남편한테 쫓겨나지 않으려면?
'여자야 뭐 꼭 직업을 가져야 하나. 안되면 시집가면 되지'
'여자 직업으로는 이게 최고야'
'어디 여자가 밤길을..어디 여자가 혼자 여행을..'
/강시현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졸업, 현재 성평등, 리더십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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