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①

안녕하세요. 김혜련입니다. 고양신문을 통해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George Washington 대학에 객원연구원으로 오게 된 남편과 2006년 12월에 태어난 딸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의 패어팩스 카운티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패어팩스 카운티는 고양시와 굉장히 비슷한 곳입니다. 일단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와 전철로 연결되어있고, 따라서 연방정부의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 또한 특징입니다. 패어팩스 카운티의 중산층 소득은 94,000달러로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패어팩스 카운티는 공교육의 수준이 뛰어난 곳입니다. SAT 점수가 전국평균 1028점에 비해 1135점으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비슷한 점은 주민의 평균연령이 낮은  카운티라는 점입니다.
소수계에서는 아시아와 태평양계열이 55%, 라티노 26%, 흑인 17%등으로 특이하게도 아시아계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자영업자의비율은 한국인이 가장 높은 것 또한 특징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공립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한국도서들이었고,이 곳의 콜린 파월 초등학교는 한국학생의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특징을 가진 패어팩스 카운티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고양신문에 기고할 예정입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미국 사회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것을 토대로 알기 쉽게 써나갈 계획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지민이를 낳기 전, 3개월 동안 가장 열심히 했던 일은, 도서관에 가는 일이었다. 집에서 차로 10분정도에 위치한 도서관을 다녔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처럼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은 없다. 단지 책을 볼 수 있는 책상들만 비치되어있고, 칸막이 책상들만 10여개정도 있고,여러 개의 모임방(Meeting Room)들이 있다.
도서관 Meeting Room에서 동아리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Story Telling 시간을 열기도 한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뜨는 것은 카운티와 주정부의 알림판이다. 화려한 포스터 같은 것은 없고, 단지 복사용지 한 장에 이러저러한 내용들을 빽빽이 써놓은 것들로 붙어있다.
Adult Center(성인사회교육기관) 프로그램 안내문, 공원에서 열리는 체험프로그램, 바자회안내 프로그램, 카운티 정책, 사회복지 프로그램 브러셔, 유권자 등록안내 등으로 빼곡히 차있다. 동사무소와 같은 행정업무 처리기관이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도서관을 통한 카운티의 정책홍보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책이 비치되어있는 열람실은 칸막이 없이 열려있는 공간이다. 어린이 열람실 근처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과외를 받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민자의 나라답게 외국책들도 많이 있다.
일단 스페인어로 된 책들이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책이다. 서가의 8칸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책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모여있다. 요리, 건강, 정치, 수필, 소설, 여성잡지, 한국신문 등 빠지는 분야 없이 구색을 갖추어 놓고 있다. 책을 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김훈선생의 책 한권과 영어교재 한권을 빼 들었다.
외국인이지만 도서 대출 ID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권과 거주증명을 위한 아파트 렌트 계약서를 보여주니, 아무 문제없이 만들어준다. 조곤조곤 설명을 해 준다. 한번에 50권을 빌릴 수 있고, 3주까지 빌릴 수 있으며, 그 책을 예약해 놓은 사람이 없다면 1회에 한해서 3주 더 연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50권이라니, 남편이 되물었다. “Fiftheen? Fifty?" "Fifty"
고양시 도서관에서는 3권. 2주까지 대출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도서를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참 좋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책들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비록 많지 않은 책이지만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씁쓸해졌다. 이곳 카운티에서는 소수인 한국인을 위해 공공 도서관에 한국책을 비치하는데, 우리는 고양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미국이라는, 백인의 나라의 동양인, 한국인이라는 소수자로 살아보니 한국이 얼마나 외국인에게 폐쇄적인지 알게 되었고, 소수자의 삶이 얼마나 고달플지, 일면 느끼게 되었다.
고양시의 공공 도서관에 외국인들, 특히 아시아에서 이주해온 노동자들을 위한 도서가 비치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불법체류이든, 합법체류이든 상관없이 이미 고양시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고양시의 도서관에 아시아의 책들을 비치하는 일, 그것은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가는 일의 작지만 중요한 시작이라 생각한다.

 

김혜련·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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