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운 고양시의회 부의장

의원들이 연수비에 개인 비용을 보탰다. 일찌감치 모여 공부도 하고 자료조사도 한다고 한다. 반가운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연수지 선정에 대한 타당성 논란으로 의원총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여전히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4월 2일 출국 전, 연수B조의 단장이자 고양시의회 부의장인 이봉운 의원을 만나 준비과정과 해외연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 강희정 편집인 | 사진 황영철 기자


이번 연수가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2개팀으로 나누어 몇 주간에 걸쳐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지에 대한 철저한 스터디는 물론이고 우리가 가서 배워와야 할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며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내가 속한 B조는 미국 동부로 가는데 보고와야 할 것이 많아 자부담을 1인당 50만원씩 추가했다. 교통과 복지, 교육을 중심으로 돌아볼 예정인데 정책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단지 보는 것과 정책적 관점에서 보는 것은 다르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는 예습을 철저히 했다. 무엇을 볼 것인지, 무엇을 더 파고들어야 하고 현장에서 무엇을 더 질문해야 파악해야 하는지는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또 예습은 의원들의 수준을 고르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솔직히 의원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눈을 높이고 개인 관심사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연수 일정 중에 뉴욕에 이틀동안 체류할 예정인데 여러 시설 견학도 있지만 주안점을 두는 것은 교통과 공원에 대한 연구다. 두 가지 문제 모두 고양시의 현안이기도 하다. 자체 인구 증가율에 따른 교통 부담은 물론 파주의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문제 등 고양시는 지속적으로 교통에 대한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알다시피 현재 대화동에 있는 교통연구원의 강재홍 원장이 뉴욕 교통과장 출신이다. 우리 팀원들이 강재홍 원장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웃음). 뉴욕의 교통시스템은 과학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방통행의 연속이면서도 정체가 없다. 뉴욕의 교통 현황과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면서 현지에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야 될지 정보와 함께 인맥까지 도움 받았다.
또 도심 내 작은 휴식공간인 ‘쌈지공원’의 대표적 모델을 돌아볼 생각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팔레이파크(Paley Park)인데 면적은 390㎡로 매우 협소하지만 뉴욕 도심 최초의 앉을 수 있는 공원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것은 뉴욕시 공원국이 그동안 가장 작은 규모라고 여겼던 12,140㎡보다 공원이 더 작을 수 있다고 발상을 바꿨다는 점이다. 전원도시로서의 기치를 건 고양시도 대형공원보다는 마을 속에 자리잡은 ‘쌈지공원’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있다. 센트럴파크의 자원봉사 활동사례도 연구하고 돌아와 정책으로 검증 받고 싶다.

나이아가라 국립공원 등 여전히 외유의 성격을 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민의 세금인 만큼 줄이고 아끼고 정말 필요한 일인지 곱씹어보는 일은 정말 필요하다. 다만 이해의 폭을 좁히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한다면, 나는 별로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오페라를 본다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연수 때 ‘오페라의 유령’을 원어로 감상하고는 생각이 뼛속까지 바뀌었다. 극장과 무대, 조명, 배우에 빠져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다. 그저 한 번의 관람 기회였지만 현대자동차 수익에 맞먹는 문화컨텐츠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 영향으로 아람누리의 운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예전의 나였다면 운영비를 계산기로 두드려보고 줄여라, 아껴라…라는 말만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연수 예산을 확대해 단체 연수가 아닌 개별, 혹은 팀별연수로 전환하고 사전, 사후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적극 찬성한다. 물론 지금의 예산이 적다는 뜻은 아니지만 예산규모 자체가 단체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단체 프로그램으로 잡게 되면 아무래도 관광루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업체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도모하기 위해 관광상품과 연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연수가 신뢰회복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연수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연수A조의 견학지 선정 타당성 문제로 의원총회가 열렸다는데.
-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발언을 했지만 매끄러운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일단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결정인데…. 시민에게 판단의 몫이 돌아갔다. 다른 팀이지만 나 역시 의장단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홈스테이를 넣은 이유는.
-3선 의원으로서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많은데 항상 뭔가가 빠진 느낌이었다. 선진지 견학도 좋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다. 그간의 연수에서는 다른 나라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체험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것이 앞서 지적한 단체 연수의 단점이기도 하다.
마침 교육정책에 주안점을 둔 보스톤에 지인이 있어 1박2일로 홈스테이를 부탁했다. 무리한 부탁이긴 하지만 의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 짧은 시간이지만 현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돈 ’때문이다(웃음).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50만원씩 갹출하기는 했지만 경비가 조금 부족하다. 원래 의장단은 의전상 독방을 쓰고 활동경비도 더 책정되는데 그런 특전도 다 버렸다. 숙박비와 식비를 아껴 오페라를 한 편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문화도시의 비전을 만들어가려면 나처럼 뼛속까지 바뀌는 경험이 필요하다(웃음).

그 밖에 연수에 대한 기대효과는.
-현재 볼링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중국 목단강시와 8년째 협회 차원의 교류전을 갖고 있다. 그저 볼링 동호인끼리의 교류였는데 이것이 발전돼 우리의 시의원 격인 대의원들의 방문, 시장단의 공식방문으로 이어졌다. 또 김좌진 장군이 만든 마지막 조선족 학교와의 교류로도 연결됐다. 병설 유치원에 책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파트단지에서 책을 모으고 도서관을 통해 신간도 저렴하게 구입해 기증했다. 모으니 그 양이 어마어마해 거의 도서관을 기증한 셈이 됐다. 작은 민간교류가 의원, 행정 교류로 발전하고 더 큰 민간교류로 물꼬가 터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미세한 혈관들이 ‘국제도시 고양’이라는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구나…하고 새삼 느꼈다. 이번 연수에서도 아마 많은 인연의 끈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인연을 이어가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 역시 연수의 소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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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력

서브사진 : 이봉운_서브.jpg


·한국 항공대학교 법학과
·고양시 체육회 부회장
·고양시 중장기재정계획 심의위원
·고양시 농정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경기 북부 병무청 병무행정발전 시민참여 위원
·여성인력개발센터 운영위원
·고양시 학운협 자문위원회 위원장
·한우물 농장대표
·고양시 3, 4, 5대 의원(송포·송산·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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