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에 몸을 맞춰야”
일산의 A고교. 수업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복도 양 쪽 교실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복도는 이내 발디딜 틈도 없이 좁다. 점심시간엔 더 심하다.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파지는 한창 자라는 10대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밥을 먹기 위해 복도에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마음처럼 식당까지 성큼 갈 수가 없다. 지도교사가 아이들을 줄을 세우며 안전사고에 대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일산지역 과밀학급 문제는 비단 A고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특히 즈믄둥이 등의 문제로 학생 수가 유난히 많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35명 정원으로 지워진 교실에 45명 내외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어 더욱 환경이 열악하다. 이에 교육계는 물론 정치계까지 나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늦장대처의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의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 편에서는 내년에 신설 학교들이 개교를 하고, 학생 수도 감소가 예상돼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오롯이 3년을 보내야 한다.
D학교의 한 학부모는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며 늦도록 학교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이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잠시라도 운동을 하고 싶어도 3학년 선배들에 밀려 엄두도 낼 수 없다고 하소연 할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전하며 “불쾌지수가 커지는 여름에 덩치 큰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오글오글 지내다 보면 불미스런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 쉬었다.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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