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②

8월 26일. 비행기를 두 번을 갈아타고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선배집에 묵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무엇보다도 우리 부부를 당황하게 했던 것은 차가 없으면 아무 곳도 갈수 없다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남편은 담배를 사러갈 수도 없었다. 이상했던 것은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외출을 할 때는 무조건 자동차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없고,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조깅하는 사람들, 개들과 산책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미국에서는 차가 신발이라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것저것 할일이 많았는데, 선배가 차로 데려야 주지 않으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해도, 고속도로로 15분을 가야하고, 버스를 타려고 해도, 승용차로 5분을 가야하는 것이었다. 그 집에 머무르는 일주일동안 우리 부부는 집을 구하기 위해 단 두 번 외출 했을 뿐, 나머지 5일은 내내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94년형 폰티악, 17만 마일 달린 차를 아는 사람에게서 1000불에 샀다. 차가 생기고 나서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한국마켓에 가서 먹을 것을 살 수도 있었고, 공원에 갈수도 있었고, 운전면허를 딸 수도 있었다.
미국은 휘발유값이 싸다. 1갤론에 2.44달러. 1갤론은 3.79리터. 2.44달러는 약 2300원. 1리터에 600원 정도하는 가격이다. 이것도 최근에 굉장히 많이 오른 가격이다. 11월 중간선거전에는 1갤론에 2.12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선거가 끝나고 나니 휘발유값이 올랐다. 2.12달러까지 떨어졌을 때도 휘발유값이 많이 올랐다며 불만들이 대단했다고 한다. 전년에 비해서 30% 가까이 오른 가격이라고 하니, 미국사람들의 신발인 자동차를 위해서 소비되는 석유에너지들, 미국이 세계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기 와서 실감하게 되었다. 미국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철도 강국이었다. 뉴욕의 지하철이 100년 전부터 운행되었다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자동차위주의 도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20세기 초, 자동차산업이 미국의 중요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대량생산된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도시 기반시설을 전철중심에서 도로위주의 자동차 중심으로 바꾸어야했다. 또한 이후 진행된 철도민영화는 도심에서 전철을 몰아내는 전환점이 되었다. 자동차회사들이 전철노선을 사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GM사는 LA 도시철도를 매입하면서 아예 노선을 폐쇄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승용차 위주로 도시형태가 재구성되면서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에서 자동차로 이동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유럽에 비해서 일찍부터 석유개발을 시작했던 것도 자동차중심의 문화 형성에 일조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산업이 성장하고, 도시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면서 대중교통수단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이 곳  버지니아 주의회도 교통체증을 해소한다며 도로건설을 계획하고 사업예산 확보를 위해 세금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두부 한모 사기 위해서 카시트에 간난 아기를 태우고, 운전을 해서 마트에 도착해서 쇼핑카트에 카시트를 얹고, 두부와 콩나물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8월달에 화정동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유모차를 끌고 집 앞 슈퍼에 두부를 사러가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자동차를 갖고 다니면 편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동네를 뚜벅 뚜벅 걸어 다니며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던, 그 시간들이 훨씬 편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가 1000만대가 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도시를 자동차를 위한 도시로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자동차가 불편한 도시, 뚜벅이와 자전거, 유모차가 편안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에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김혜련 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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