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의정부보훈지청 보상과장

중국 넓은 대지에서 밀려오는 황사가 갓 피어나는 개나리, 산수유, 목련꽃의 아름다움 자태를 아무리 시샘한다하여도 꿈틀대는 대지의 기운은 막을 수 없었나보다. 곳곳마다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다. 활짝 핀 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시 하나가 떠오른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 이다. 봄의 꽃잔치 속에 왠 국화꽃인가 하겠지만, 4월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불의에 대항하여 뜨거운 피를 흘려간 지난 세월이 숨어 있기에 추모의 국화꽃 한 송이가 아쉬워졌나보다.
1960년 4월. 수만 명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시대의 먹구름 속에서 천둥같이 울며 민주혁명을 일으켰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었을까. 1인당 국민 소득 2만불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를, 자유민주주의제도하에서의 정신적인 풍요를 우리는 누릴 수 있었을까.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그때의 젊은이들은 이제 삶의 뒤안길에서 나날이 발전해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꿈꾸며, 책임감 있는 정치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의 모습을 기대하며. 하지만 아직도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자기 이익만 좇아 부하뇌동 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올 4월에는 서울 수유리 4·19국립묘지를 찾아가 선배들의 묘전에 앉아 우리의 모습을 반성해보자. 그 때 4월의 함성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 그들의 희생이 피운 4월의 붉은 꽃은 분명 민주주의 꽃이었음을 인식하며 먼저 가신 선배님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마음 속 깊이 꿈틀거리는 뜨거운 의지로 일어나 재도약하는 대한민국을 기원해보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