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을 내려보는 화석정

임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옛 임진강 나루터 근처 낮은 야산 위에 임진강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정자 화석정을 만나게 된다.
“수풀 정자에 가을이 깊으니…”

율곡이 8살에 지었다는 시 한 수가 정자를 지키고 있다. 정자 양 옆으로 보호수 딱지를 단 소나무 두 그루가 정자를 아우르듯 서있다.
율곡의 5대조가 세종 시절에 지었다는 이 정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피난 길에 임진강을 건널 때 이항복이 불을 질러 뱃길을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시련은 이로 끝나지 않는다. 임진왜란 80년 후에 다시 지어졌으나 한국전쟁 때 다시 불에 타고 만다. 7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역 유림들이 다시 지었다.

화석정을 휘둘러보았다면 화석정 앞에 서서 임진강을 들여다보자. 조선 선조가 건넜을 임진강. 그러나 우리는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강건너는 북한 땅. 강가로 긴 철조망이 둘러쳐져 접근을 불허한다. 몇 해 전 수해로 부서져 버린 다리도 그대로 누워있다. 임진강 굽이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시름 덜고, 한시름 얻어간다.

‘율곡리’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은 율곡의 친가가 뿌리 내리고 살던 곳이다. 주변에는 율곡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자운서원(紫雲書院)과 율곡선생 집안의 묘가 있다. 광해군(1615년)에 지어진 자운서원도 대원군 서원 철폐령으로 폐쇄되었다가 1970년에야 복원됐다.

주변까지 둘러 보았다면 화석정에 올라 율곡과 함께 시 한수를 나눠보자. 화석정이 걸린 율곡이 지었다는 시의 뒷부분이다.
“…시인의 회포를 달랠 길 없도다/강물은 하늘과 맞닿아 푸른데/서리맞은 단풍은 타는 듯 붉구나/먼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아아, 찬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고/처량한 울음소리 저녁구름 속에 그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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