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체육고 누르고 연이어 우승 쾌거

지난 주말 충북 청원의 한 사격장에서는 주엽고 사격부 12명의 학생들이 숨소리마저 죽인 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27일부터 열리는 전국사격대회의 출전하기 위해 미리 전지훈련을 온 것이다.
“연이어 우승을 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데다 이곳 환경이나 밝기가 학교 사격장과 비슷해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김명형 감독은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이면서도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그저 대견하다”며 웃었다.

주엽고 사격부는 지난달 ‘제1회 경기도지사기 학생사격대회’에서 여자부 단체우승, 지난 12일에 열린 ‘경기도학생체육대회’ 사격 여고부 단체우승을 거머쥐었다. 개인 성적도 우수하다. 지난 경기도학생체육대회에서는 40~50명의 경기도 사격부 선수 중 1위, 2위, 5위 등 모두 여섯 명의 학생이 11위 안에 드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남자부는 아직 어린 1학년 학생이 많아 성적이 다소 저조한 편이지만, 강태원 군 등 든든한 3학년 형들을 잘 따르는 동생들의 성적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국가대표상비군으로 5년간 활약했던 김윤환 코치는 “체육고등학교보다 여러 가지로 열악한데다 학업과 병행하는 어려움이 큰데도 아이들이 착하고 또 지도대로 따라와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2002년 처음으로 조직된 주엽고 사격부는 운동복이나 전지훈련에 대한 비용, 사격장 시설 등을 교육청 및 시의 보조금, 그리고 학교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도체육고등학교의 예산의 1/10~1/20 수준이 불과하다. 김 감독은 “조금 있으면 더워지는데 아이들에게 샤워시설이나 탈의실을 제대로 갖춰주고 싶고 또 사로(사격 표적지까지의 약 10m 바닥)도 높낮이가 고르지 않아 시설을 보충하고 싶은데 예산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다”라며 시나 교육청의 지원을 바랬다.

또한 경기도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선발되는 경기체고와는 달리 주엽고 사격부는 한수중학교에서 우연한 기회에 사격을 배우게 된 학생들이 그대로 진학을 하기 때문에 학생 선택의 폭도 좁다. 실제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여자부 우승과 개인 우승의 영예를 안은 김지원(주엽고 3) 양이나 어렸을 때는 총놀이 한 번 해보지 않았다는 강태원(주엽고 3) 군을 비롯한 열 두 명의 선수 전원이 한수중학교에서 우연히 사격을 시작한 동창이며 선후배다.
이러한 환경이나 선수 폭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주엽고가 올해 들어 연이어 경기체육고를 누르고 우승한 데는 지도교사와 학생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평상시에는 정규수업을 모두 끝낸 이후 밤 9시 30분까지 매일 5시간 이상을, 대회기간에는 12시간 이상을 연습에 몰두한다. 합숙 중에는 하루 종일 기초훈련 단련과 사격연습을 하기도 하며, 기초훈련 때에는 적게는 운동장 15바퀴, 필요한 경우엔 100바퀴를 뛰는 맹훈련을 펼친다.

“심신단련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나이의 제한을 받지 않는 사격이 일선 학교에서 레크레이션으로 확산되고 생활체육으로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는데 현재 고양시에는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큰 사격장이 하나도 없어 너무 아쉽다”고 전하는 김 코치는 오늘도 아이들과 구슬땀을 흘린다. 이들의 꿈은 한결같다. 경기도를 넘어, 전국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세계의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표적지를 겨누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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