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이 줄을 타던 재인폭포

재인(才人)이 부채로 몸을 가늠하며 줄을 탄다. 여색에 눈이 먼 사또가 줄을 끊는다. 재인의 비명소시, 재인 아내의 숨죽인 긴 탄식.
햇빛의 힘을 빌어 무지개를 만들언 내는 폭포는 재인의 비명소리, 얼어붙은 빙벽은 아내의 탄식인 듯하다.

이곳은 연천군 고문리. 고문을 하던 곳? 고무을 당하던 곳? 왜 하필이면 고문리인가. 지명의 연유를 쫓다보면 전설을 만나게 된다.
미색이 뛰어난 아내를 둔 줄타는 재인이 있었다. 이 아내의 미색을 탐한 사또가 재인에게 폭포에 줄을 매고 줄타기를 시킨다. 재인이 줄의 중간쯤에 도착했을 때 사또는 부하를 시켜 줄을 잘라버리고…. 재인은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 재인을 죽인 사또가 재인의 아내를 취하려 하자 아내는 사또의 코를 물어뜯었다고 전해진다.

재인이 줄을 탄 폭포라 하여 재인폭포. 재인의 아내가 사또의 코를 물었다 하여 코문리가 되었던 마을의 이름이 변하여 지금은 고문리가 되었다.

연천 지역은 용암이 뒤덮였던 곳. 그래서 계곡 곳곳에 용암지대의 흔적이 남아있어 웅장함을 보여준다.

재인폭포가 있는 계곡의 물은 한탄강에 닿는다. 한탄강 상류의 하나인 셈. 겨울 날 재인폭포를 찾아가는 길에 눈을 만난다면 재인폭포 주차자에서 아이들과 맘껏 큰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 아직도 청정함이 지켜지는 지역이어서인지 눈이 곱고 잘 뭉쳐진다.

돌계단과 철제계단을 번갈아 내려가고, 첼제 다리도 건너다보면 계곡을 만나다. 이리저리 돌을 밟아가며 계곡을 오르면 거기에 항상 서있는 재인폭포를 만난다. 재인폭포를 처음 만난 느낌은? 항상 웅장한 폭포라는 수식어에 기대를 접었던 사람이라면 살짝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폭포의 크기야 그만그만하지만 폭포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들이 폭포와 어울려 잠시, 말문을 잊게한다. 바위들을 켜켜로 붙여놓은 듯 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폭포 밑 소도 더불어 신비한 모습을 연출한다. 매섭게 추운 겨울날이라면 꽁꽁 언 소 가장자리에 내려서 보는 재미도 있다. 쿵쿵 뛰기는 금물. 폭포가 얼음물이 되었다면 빙벽타는 이들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군사작전지역. 여름 7, 8월만 완전 개방한다. 다른 계절에는 토요일 오전 12시부터 일요일 오후 9시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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