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누구에게나 신중하기 마련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없을 일을 괜히 떠들고 나서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줄이는 바보는 없다. 그 이해관계가 여럿에게 얽혀있다면 이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한 사람이 가만있으면 여러 사람이 편하게 살수 있는데 혼자 잘난 체 하느라고 양심선언이라도하면 그 나머지 여럿은 이만 저만 손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집단 왕따 당하기 딱 좋은 경우가 된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이해관계라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별 문제다. 다른 사람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안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해관계라는 것이 공공의 성격을 띠게 된다면 문제는 조금 달라진다.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사람(집단)들은 경제적 특혜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전체로 확산되게되어 결국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계도지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한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다. 언론단체가 정의한 계도지를 알아보자.
"계도지는 지난 군사정권시절 정권홍보를 위해 지역유지와 관변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시작돼, 그동안 중앙과 지방 행정부처에 관행 (민언련) " 다시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 지역유지와 관변단체에 무료로 제공되는 신문이 바로 계도지다. 물론 국민의 세금이 이처럼 전체의 공익을 위한 몇 몇 단체를 위하여 쓰여진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자치단체는 예산을 미끼로 업적 홍보나 비리 은폐라는 이득을 얻고 신문은 반대급부로 계도지 수익을 챙기는 이른바‘누이좋고 매부좋은 관계다."
자치단체에서 비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은폐하는 조건으로 형성된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결국 계도지에 대한 구매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신문사입장에서는 이처럼 좋은 장사가 없다. 취재하다가 얻은 사실들을 슬쩍 슬쩍 들이대기만 해도 자치단체에서는 몇 십부씩 구매하고 때로는 광고까지 실어주니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

고양신문사의 11월 24일자 신문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계도지에 관한 것이다. 계도지 제도를 폐지하라고 감히 주장한 것이다. 자기 신문의 수입원의 일부를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돈 벌 생각없다는 것이다. 아니, 독자 한 사람 늘이기가 힘든 현 상황에서 계도지를 거부하겠다니. 제 정신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태껏 계도지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던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나. 그 동안 이렇게 살아왔소" 하고 말이다. 왜, 이런 위험부담을 무릎쓰고 계도지 예산을 삭감하라고 주장했을까 ?

고양신문사는 영학하게도 지방신문이 살아남는 길을 올바로 파악한 것이다. 지방신문이 속한 지역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바로 끝까지 제대로 살아남는 길이다. 실질적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그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신문으로 거듭나야하고 이를 위하여는 단호하게 권언유착 및 지방 토호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지역민들에게 올바로 알려야한다.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여러의견들을 보도함으로서 진정한 여론이 형성되게끔 도와주어야한다. 중앙지를 통해 지역현안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지역신문들을 통하여 여론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정직하게 장사하겠다는 이야기다. 공무원을 상대로 장사하가보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제 공은 넘어갔다. 언론에 대하여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고양시 의원들은 이제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다. 언론 스스로가 계도지를 없애자고 대서특필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을까 ? 고양이목에 방울을 걸어야했는데, 내가 먼저 나서긴 곤란했는데, 고양이 스스로가 걸어달라고 자청하고 있는바에야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단 말인가 ? 마침 새해 예산을 결정짓는 시기이다. 국민의 세금이 한 푼이라도 낭비되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한다. 계도지 예산은 절대액수가 많지 않을지라도 그 상징적 의미는 무척크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은 반드시 끊어야한다. 계도지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권언유착 종결을 시작하는 당연한 결단이고 , 모든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고양시 의원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직무유기가 없기를 바란다. 원칙에 대한 강렬한 집착은 누구도 훼손할수 없는 고귀한 사명이다. 그것이 바로 시의원으로서 성공하는 길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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