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④

미국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영어공부를 해야 했다.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학원을 다닐 수는 없고, 주위 사람들이 알려주기를, 동네 교회에서 영어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패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20여개의 연합감리교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수업이 있고,한 교회당 교사와 진행자들, 학생들의 아이들을 봐주는 교사까지 자원봉사자가 25명쯤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의 자원봉사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나의 영어선생님인 Lisa Smith 와 Fay Sunshine, 이 두 사람이 오늘 얘기의 주제이다.
리사와 페이는 듀린 연합감리교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미국에 사는,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가르치는 자원봉사자 교사이다. 크리스챤인 두 사람은 5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이가 생기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리사는 특수학급교사, 페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였다. 교회에 게시된 ESL(English for Second langage) 교사모집 공고를 보고 시작하게 된 자원봉사활동이었다. 그들 모두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민자들을 자랑스러워하고, 미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였다.
리사는 주로 교회와 학교에서 하였다. 자녀들의 학교에서 예술감상과 문학을 가르쳤고, 학부모대표로 일하였다. 마을공동체의 대표로도 일하였고, 홈리스 가족돕기 자선 콘서트에서도 일하였다.
페이는 고등학교때 주일학교 교사로 시작해서 저소득층 보육시설에서 읽기와 수학등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뉴욕에 살 때에는 노숙자 쉼터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일과 직업상담에 관한 자원봉사를 했었다. 최근에는 주일학교 교사로 일하였고, 학교에서는 예술사를 가르치기도 하고, Habitat에서도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였다.
리사와 페이의 공통적인 얘기는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도- 특히 자녀들의 학교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학교를 도와주는 일이며, 직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이다. 페이의 남편은 아이들의 학교에서 농구와 축구코치로 활동하고 있고 리사의 조부모, 부모들 모두 마을 공동체에서 자원봉사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 도와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자원봉사활동을 사랑한다는 리사, 인생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한다는 페이.
두 사람의 영어수업은 한국의 웬만한 원어민 영어강사보다 뛰어나다. 3권의 교재로 꼼꼼히 수업하며, 직접 교구를 만들어서 수업에 활용하고, 한번도 수업을 거르거나 수업에 늦거나, 시간보다 먼저 끝내는 경우도 없다. 단어를 설명할 때는 몸으로 보여주며, 잘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끝까지 가르쳐준다. 그들 못지않게 놀라운 사람들은 듀린 교회 ESL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다.
전체 코디네이터는 쥬디 할머니다. 정말 흰머리의 할머니다. 환갑은 훨씬 넘었을 듯 한, 약간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교실마다 다니면서 출석부를 체크하고, 교회의 행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등록을 받는 할머니 두 분도 있다. 복도에 앉아서 처음 오는 학생들의 레벨테스트를 하고 강의실을 알려준다. 쉬는 시간에는 스낵과 차를 준비해준다.  이들도 내가 수업을 듣는 8개월동안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이들 덕분에  48시간이나 되는 영어수업을 단 15불에 들을 수가 있었다. 이제까지 말로만 들었던 자원봉사의 힘, 미국에 와서 그 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자원봉사가 이래저래 참으로 고맙다.

김혜련·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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