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한 / 본지 이사

경제성에만 매몰되면 ‘공연쿼터’ 부를수도

고양아람누리 개관으로 고양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매력있는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덕양어울림누리에 이은 대형종합공연장의 개관으로 규모면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자치단체들이 다투어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무리한 예산을 감내하며 신축하였지만 그 규모에 맞는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재롱잔치의 장에 머무르는 현실에서, 고양시는 유명 공연이 줄을 잇고, 여유 있는 시민은 코앞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숙원사업을 해결한 지역예술단체는 기뻐해야 할 일이데 어인 일인가. 본지 기사를 보면 개관 및 오케스트라 공모 과정에서, ‘고양문화재단이 지역 단체를 도외시한 채 서울 예술인, 중앙단체만 유치하려 하고 지역예술인을 촌놈 취급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재단 설립 이래 지역문화예술인을 소외시키고 홀대한다고 볼멘소리가 이어왔다. 또한 일전 재단이사장 선임과정에서 후보가 전문 문화예술인이 아니라며 재단 규정과 성격상 적임자가 될 수 없다며 많은 진통이 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고양시로서는 자급률을 높이고자 재단책임자로 굴지의 기업 CEO 출신이 구미에 당겼을 것이고, 이에 답하듯 검증 받은 공연 유치에 공을 들였을 법하다. 전 국립극장장이였던 김명곤 문화부회장관의 재직 당시, 전문예술인답지 않은 경영능력이 회자되었다. 예술은 소비적 지출이란 관념을 지양하고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명분이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종의 문화 상품화에 따른 문화자본주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작품에 대해 거대 매체의 광고를 제한한다고 한다. 문화 예술의 창의성, 다양성이 자본에 밀려 집중화하고 편식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예술영역은 사회적 비용으로 어느 정도 보전 육성해야 하는 소비 지출적 형태를 숙명적으로 가진다. 하물며 민간영역도 아닌 지역단체가 건립하고 출연한 재단에서는 탄생부터 공공적 예산지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자치단체가 시민의 세금으로 문화예술공간을 마련하였을 경우 지역 예술인에 우선 눈을 돌려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수준급 공연에만 매달리고, 명성 있는 단체나 예술인에만 러브콜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산하 예술단을 창단 육성하고 그 시설을 상시적으로 이용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예술 수준을 높여 전국 나아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계발하도록 해야 한다. 고양시는 문화예술 인재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불러내 고양시의 이름으로 묶어내야 할 것이다. 문화소비자인 시민과 생산자인 지역예술인이 고양시 울타리에서 호흡을 맞추고 외부수혈이 아닌 자체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소프트 문화예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 측면을 고려할 때 수도권 유사 대형 공연장과 치열한 경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은 국내 작은 공연 위주로 대중 지향적이고, 엘지아트센터는 국외공연위주로 귀족주의를 지향한다며 관람객의 옷차림부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유사한 경쟁이나 백화점식 공연보다 고양시 지역성을 토대로 한 특장을 갖추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공연기획책임자에게 권한을 장기적으로 위임하여 일관된 기획을 유지하여 특색 있는 공연장으로 특화해야 할 것이다.

요즘 공연계의 상을 휩쓸고 있는 ‘밀양연극촌’의 이야기는 타산지석이다. 지방에서 기획하여 작품을 올린 공연들이 전국과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연극 ‘시골선비 조남명’,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등은 좋은 귀감이 되며, 문화예술은 서울이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있다. 유명 공연으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해야 하는 명품의식이나, 수익성의 일시적인 유혹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 플랜을 지역 문화예술인과 호흡을 맞추어 구성해야 할 것이다. 공연장의 규모가 아니라 문화예술 소프트 ‘강시’가 되어 중앙으로 역수출하는 문화예술도시로서의 고양시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지역예술을 육성하기 위해 고양시 조례에서 ‘공연의 스크린 쿼터’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앞서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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