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⑤

한국에서 올 때, 냄비, 숟가락, 젓가락, 칼, 그릇 등 주방도구를 잔뜩 챙겨왔다. 그래도 필요한 게 많았다. 식탁도 있어야했고, 서랍장도 하나 있어야했고, 스탠드도 있어야 했다(미국은 천장에 형광등이 없다). 미국사람들은 자기 집 앞에 쓰던 물건 내놓고 판다는 얘기를 들었다. 게러지세일(Garage sale), 무빙세일(Moving sale)이라 불린다. 각종 정보들이 있는 사이트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곳만 찾아서 하루종일 다녔다. 첫날은 카톨릭교회에서 하는 무빙세일, 두 번째 날은 가정집에서 하는 무빙세일 세 군데.

4인용식탁, 유축기, 유모차, 아기 띠, 국그릇, 서랍장, 카펫, 스탠드 2개 등. 살림에 필요한 것은 대부분 사서 돌아왔다. 한 집에서는 거의 50불 가까이 이것저것 샀는데, 깎아 달라고 했더니, 자기 딸 결혼선물로 침대를 사야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얘기만 들었다. 깨끗하게 잘 쓰던 물건들이어서, 우리 부부가 쓰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딸을 낳기 전 교회에서 하는 세일에 가서 침대 매트리스, 손싸개, 옷, 장난감 등을 사왔다. 그렇게 사도 20불이 채 안됐다. 8월에 돌아갈 때에도 무빙세일을 할 예정이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놓고 말이다.
미국생활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쿠폰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워싱턴포스트지에는 신문두께만큼의 광고지가 함께 온다. 처음에는 들여다보지 않고 버렸는데, 나중에 보니, 쿠폰북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었다. 기저귀 $1쿠폰, 비누 $1쿠폰, 치약, 타이레놀, 치즈 등. 없는 상품이 없었다.

그 뒤로는 신문은 버리더라도 쿠폰북은 꼭 챙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매장 안에서 나눠주는 쿠폰도 있다. 매장입구에 쿠폰북을 비치해놓고 바로 쓸 수 있게 한다. 얼마 전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기저귀 $5 할인 쿠폰북을 비치해 놓았다. 이 쿠폰과 신문에 껴서오는 $1 쿠폰을 함께 써서 $6을 할인 받았다. $3 짜리 비누를 사면서 $1 쿠폰을 써서 $2에 사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광고지에 끼워져 있는 쿠폰이 다 돈으로 보인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은 쿠폰과 세일정보를 공유하는 홈페이지에서 물건 가격을 비교하고, 쿠폰을 교환하고, 안 쓰는 쿠폰을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세일기간이 되면 쿠폰을 들고 쇼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쿠폰 없이 계산을 하면 계산원이 비치되어있는 쿠폰으로 알아서 계산해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정말 할인해줄까 했는데, 몇 번 쿠폰에 맛을 들이다 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고양시에서도 일년에 3-4번 대규모의 벼룩시장을 연다. 아직까지는 문화라기보다는, 행사에 많이 치우쳐있다. 그렇게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이사철이 되면 아파트 단지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사가면서 버릴 가구며, 옷가지며, 안 쓰는 그릇이며, 이런 것들을 아파트 마당에 내놓고 팔아보면 어떨까? 파는 사람은 쓰레기 처리비용 안 들어서 좋고, 사는 사람은 필요한 것 싸게 사서 좋고,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면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만 찾아다닐 것 같다.

김혜련·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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