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봉의 책이야기

요즘 서점가는 신화의 열풍이다. 어린이용 신화 책에서부터 만화로 읽는 신화까지. 신화라…? 갑자기 웬 신화? 신화, 그건 황당무계의 대표주자 아닌가?
쑥 1자루와 마늘 20쪽만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지낸 곰이 아들을 낳았고 그가 바로 우리의 조상이라는 그런 신화.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것이야 과학자들도 인정하고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곰이라니?

북아메리카에는 프에블로라는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태양을 향해 끝없이 욱실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 융이 그들에게 왜 이렇게 매일 열심히 춤을 추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답했다. “저 태양은 우리의 아버님이시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매일매일 기나긴 황도를 홀로 걸어가시는 지루한 여행을 하신다. 어찌 우리가 그 여행의 반려가 되어 음악과 춤을 들려 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춤을 계속했다.

그리곤 말했다. “자기들이 춤추기를 하루라도 게을리 한다면 십년 후엔 아버님은 하늘에 안나타날 것이다”.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통나무)에 김용옥이 쓴 해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신화 읽기의 첫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조셉 캠벨이 쓴 ‘신화의 힘’(고려원)이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신화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이 생긴다면, 조금 학술적인 냄새가 풍기는 책이기는 하지만 ‘신화학 강의’(안진태·열린책들)를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백두산 이야기’의 해설에서 김용옥은 이렇게 덧붙였다.
“자! 나는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의 아파트촌으로 인류학적 탐구 여행을 간다. 난 거기서 화려한 옷을 걸쳐 입은 무수한 인디언 아니 조선의 귀부인 아낙네들을 발견한다. 그대들은 왜 사는가? 나는 묻는다. 그대들의 신화는 무엇인가? 나는 모두에게 공통된 하나의 신화를 발견한다. 내 새끼 공부 잘시켜서 서울대학 들여보내야다오.”

책들을 덮고 난 후 자문해 보자! 나의 신화는 무엇인가? 혹 나도 강남의 아낙네들처럼 “조악하고 저질적인” 신화를 가지고 있지나 않은지.

<출판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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