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스위스에 … “친환경농법 고집의 쾌거”

▲ 송포에 자리한 ‘고양시 쌀 연구회’ 도정공장에서 다음달 중순경 스위스로 나가는 쌀 ‘청심’을 들고 이원일 대표가 기뻐하고 있다. 겉포장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어린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아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모델은 큰손자. 여기에 노화방지물질을 첨가하는 기능을 현재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농림부와 줄다리기를 해온(‘고양쌀 스위스 밥상에 오른다’ 본지 2006년 10월 19일자 1면 참조) 고양쌀이 6월 중순경 부산에서 선적돼 진출할 것이라고 덕양 농산 영농조합법인 이원일(67세) 대표가 밝혔다. 정부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그동안 막아온 국산 쌀 수출을 허용함에 따라 그동안 애태웠던 쌀 수출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된 것.

이번에 수출하게 될 ‘청심’이라는 브랜드의 만미는 비옥한 토양과 친환경농법 고도의 재배 기술이 합쳐서 만들어낸 토종 우리쌀로 차지고 단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미식가들에게 사랑 받는 고품질 쌀로 고정고객만 600~700명에 이른다.
이원일 대표가 수출길을 연 것은 몇 해 전 스위스에 사는 지인에게 쌀을 선사하면서부터. 이 쌀을 맛본 스위스 현지인들의 주문이 쇄도했지만, 우리나라가 쌀 수출 금지국으로 묶여 있어 공식수출은 불가능했다. 올 1월 스위스 보건성에서 대한민국 쌀을 수입해도 좋다고 연락해와 3월 24일 20kg 샘플을 진공포장과 종이포장으로 내보냈다. 1달 후 도착된 쌀은 스위스에 도착한 그 날부터 날개 돋친 듯 팔려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스위스에서는 즉각 미국쌀 칼로스의 13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수출계약을 하자고 요청해 왔다. 연간 200톤, 어림잡아 2400가마, 7억 원 상당의 물량이었다. 이 대표는 바로 쌀을 보내겠다고 회신을 한 뒤 수출 절차에 들어갔지만 그만 발목이 잡혔다. 쌀 수출 때는 반드시 농림부장관추천서를 받도록 한 양곡관리법 제12조 때문이었다. 농림부가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기를 다섯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스위스에서는 고양쌀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영상 6도 이하에서 보관이 가능한 저온저장창고를 지어 5월 20일 완공을 앞둔 상황이 됐다.

▲ 5월 15일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박홍수 농림부장관과 이원일 대표와의 면담이 있었다. 박 장관은 “정부가 못한 것을 오히려 농민이 첫 수출의 길을 열었다”고 격려하면서 “저온 저장시설 300톤 3개와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와중에 고양신문 보도를 신호탄으로 신문, 방송에 보도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입장도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지난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쌀 수출이 허용됐고 불과 나흘만에 15일 농림부장관추천서가 나왔다. 다섯 달을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이 대표는 “정부가 못한 일을 농민이 했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한 달 동안 배가 적도를 돌아서 가는데 변질이 될까봐 그것이 더 큰 걱정”이라며 심정을 털어놨다. 이러한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 15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항공편이 제일 적당한 방법인데 문제는 비용. 단군 이례 최초로 나가는 쌀인 만큼 항공사의 배려가 보태진다면 더 큰 성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상 대대로 벼농사를 지어온 이 대표는 덕양 농산 영농조합법인 대표뿐만 아니라 높푸른 고양 21 녹색생활분과위원회 위원장, 경기도와 고양시의 사이버연구회 고문, 경기도 농업기술원 산학연 농업경영분야 평가위원과 고양시 신도농협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법에 관한 체험사례를 들려주는 강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친환경농법을 고집스럽게 실천해 온 것이 오늘의 영광을 만든 것 같다”며 러시아와 말레이시아 바이어들도 요청해와 가격을 절충 중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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