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비어문계열 대학진학 80%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정의된 특수목적고가 현실에서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로 변질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의 ‘특목고 졸업자의 2007년도 대학 진학 현황’에 따르면 대다수의 특목고 재학생이 특목고 본 취지와는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과학고나 예고보다 외고에서 두드러져 어문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18%에 그치고 공학계열 13%(201명), 자연의학계열 11%(177명)를 비롯한 80%를 넘는 학생들이 타 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어고등학교의 설립취지를 무색케 했다. 고양외고의 경우 전체 졸업자 333명 중 어문계 48명, 공학계열 33명, 자연의학계열 23명 등으로 진학, 각각 14%, 10%, 7% 를 차지해 어문계열이 아닌 계열로 진학한 학생 비율이 85%에 이른다.

이에 대해 덕양구 한 중학교 교장은 “특목고가 원래 목적대로 운영돼야 하고 또한 학부모나 학생들의 허영심도 없지는 않지만, 지금의 교율 현실에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이 고려되지 않은 채 수춘차가 극심한 아이들을 한 반에 배정하고, 무조건 같은 수업을 듣는 현실에서 우수 인재들은 불만을 가지거나, 학교 교육에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 미국에서 수 년간 살다가 풍동으로 이사 온 최 모 학부형도 “미국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이 수준에 따라 대학 수업도 미리 이수할 수 있거나,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의 경우 전 학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등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데 비해,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자녀를 수준에 맞는 공부를 시키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우수 인재의 입시교육기관으로 변질되며 사교육 조장이나 고교 평준화 제도를 위협하는 현재의 특목고에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연구소의 연구보고서 ‘특수 목적 고등학교의 중장기운영방향 및 발전방안연구’에서도 특목고가 입시교육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어 특목고 확대는 제한되고 현재의 특목고 운영도 영재육성이라는 취지에 맞추어 개선되도록 강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료를 요청했던 최창의 교육위원도 2007년 상반기 교육감질의를 통해 “외국어고는 명칭만 외국어고일뿐 실제 운영은 성적우수자들을 모아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화 되어 있고, 막대한 사교육비 유발과 교육의 균등한 기회 훼손 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외국어고의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며 최소한 향후 증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이미 특목고로서 기능을 상실한 외국어고 확대정책을 중단하고 오히려 침체된 인문계 고등학교의 고른 육성과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여론에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