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동 한국농원 이병찬 대표

대화역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논둑길을 따라서 걸어가기를 2시간 여 만에 한국농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파프리카를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국제기준과 국내농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라 재배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가장 위생적인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하는 ‘한국농원’은 GAP(우수 농산물 관리제도)가 적용되는 작업장이다. 온도, 습도가 자동 조절되는 첨단 유리온실(6000평)에서 신선하고 청정하게 재배해 전량 수출하는 쾌거를 누리고 있다.

파프리카 모종은 높은 유리온실 천장에 닿을 정도(4m)로까지 자란 것이 마치 튼실한 나무와 같다. 갓이 얇은 피망과 달리 파프리카는 두껍고 수분이 많다. 또 아삭하고 단맛이 많아서 채소라기보다는 과일에 가깝다. 알록달록하여 샐러드와 주스로도 이용되지만, 사과 먹듯이 한입 베어 물면 싱그러운 향이 입 안 가득 번지고, 타 작물보다 비타민A와 C가 월등히 높아 피부미용과 변비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흔히 등산을 갈 때 오이를 가지고 가지만 파프리카를 챙겨 가면 수분 보충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키가 큰 파프리카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와의 기술제휴로 국내에서 특수 제작된 높낮이가 조절되는 전동차를 타야 한다. 파프리카는 술 냄새도 싫어할뿐더러 담배 알레르기도 심하다고 한다. 씨앗을 뿌린 후 17℃~27℃의 온도에서 암면이라는 용기에서 양액으로 수경 재배돼 4개월만에 수확된다.

직원 김준례(47) 씨는 “파프리카를 수확할 때는 우유가 저장된 전용 칼을 사용하고 순을 딸 때도 손을 우유에 적셔야 합니다. 이는 바이러스 균이 우유에서는 활동을 못하는 것에 착안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원의 이병찬(67·사진 왼쪽)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장미를 재배하다가 IMF때 네덜란드에서 파프리카를 들여왔다. 그 당시 연간 100만 불 어치의 물량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98년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봉일천과 장진천이 범람하고 이곳 농장도 물바다로 변해 7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게 됐다. 회복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컸지만 다시 은행대출을 받아 3년 여 만에 회복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네덜란드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관리해 주는 기관이 있어서 어떠한 위기가 와도 걱정이 없다. 우리도 정책이 바뀌어야 농민들이 마음놓고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파프리카가 70%를 차지하는 일본시장에 올해 2만 톤 수출계약이 잡혀 있고(평당 20만원), 까다로운 위생조건을 내세우는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경기도와 고양시의 지원을 받아 방충망 설치도 이미 끝냈다. 하반기에 30톤이 첫 수출될 예정이라는 이병찬 대표는 “토마토에 비해 30배의 영양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파프리카를 중국 시장에도 선보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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