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차에 받힌 승용차 운전자 사망
새벽 도심의 거리를 나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도로는 심야 취객을 상대로 한 몇 대의 택시만이 오갈 뿐 한산하다. 낮에는 많은 차들로 몇 번의 신호를 받아야만 지날 수 있는 교차로에 자신만이 서 있다면? 새벽에는 단속하는 경찰도, 몰래 신호위반차량을 찍는 파파라치들도 없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중상이나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 시간대보다 훨씬 높다.
지난 달 29일 새벽. 낮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겨울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3시 42분. 119구조대 원당 파출소에는 교통사고 신고가 들어왔다. 사고장소는 파출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화정동 은빛마을 601동 앞 교차로. 구조대는 3분만에 현장 도착했다. 출동시간이 긴 자유로나 시 외곽지역 같으면 한창 사고수습이 진행되고 있겠지만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사고라 경찰차만이 갓 도착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
사고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그렌저 승용차를 유조탱크차가 옆에서 충돌한 것. 유조차는 별다른 손상이 보이지 않았지만 측면을 받힌 승용차는 운전석이 크게 찌그러져 있었다. 승용차 운전자 조○○씨(24·여·서울 관안구)는 혼자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당한 것.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운전자의 머리가 심하게 골절된 것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즉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찌그러진 차체에 끼어 있는 조씨를 꺼내기 위해 유압 스프레더와 절단기를 이용해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접이식 들것으로 조심스럽게 옮긴 후 대기 중이던 원당 연세병원 구급차로 옮겼다. 119 구조대는 현장에서 사망이 확인되면 구조대 차량에는 태우지 않고 병원 구급차에 태운다고 한다.
이날 누가 신호를 위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했던 한 대원은 “새벽에는 과속하는 차들이 많아 교차로에서는 신호를 반드시 지키고 좌우를 잘 살피는 등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며 “사고 당시에는 비까지 내려 노면이 미끄럽고 시야까지 좁아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