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 부위원장

24개월 미만 계약서 쓰는 이유 보호법안, 차별해소 효과 없어
 
지난 5월30일부터 뉴코아 일산점 앞에서는 ‘계약해지, 아웃소싱 반대’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천막 농성장이 설치됐다. 뉴코아 일산점에서 5월31일자로 6명의 비정규직 수납원들이 계약해지 당했다. 앞으로 계약만료일을 앞둔 대상자도 많다.

뉴코아는 불법·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특별감독을 받았지만 대량해고, 용역전환 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매장에서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용역깡패까지 동원하고 있다. 재계약할 때에도 ‘○개월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거나 길어봐야 22개월 미만이다. ‘3·6·9계약’이라는 신조어도 횡행하고 ‘비정규직 대량해고 괴담’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이랜드자본 계열인 홈에버(구 까르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수공원 앞 일산점계약직 노동자가 해고됐고, 전국적으로 2007년에만 350~400여 명이 계약해지 당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에 항의하며 부분파업과 선전 활동 등을 꾸준하게 벌이고 있다.

2006년 11월 30일 소위 ‘비정규보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년이 넘도록 진통을 겪었던 이 법안은 ‘보호’라는 표현과는 달리, 임시계약직(기간제) 사용 사유의 무제한 허용과 파견 비정규직의 전면 허용, 실효성 없는 차별해소 방안을 기조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하고 차별해소 효과는 미미할 뿐 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내용이었다.

840만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가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화 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경총 회원사의 90%는 2년 후 정규직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더구나 경총은 비정규직 사용지침서를 만들어 영구적으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두 달 공백을 두면서 2년 이상 고용 하라던가, 2년 뒤 정규직화 대상자 근로조건 명시 없으니 정규직 전환하되 차별대우하라는 등. 이랜드계열사에서 24개월 미만으로만 근로계약서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06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기간제의 사용사유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 ▲고용의제 ▲파견업종확대반대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비정규법안관련 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07년 6월12일 아침8시 기습적으로 국무회의를 열어 비정규법안 시행령을 더 개악한 내용으로 통과시켰다.

시행령에는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예외조항을 두어 정부 복지정책과 실업대책에 의한 일자리,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자격 33개 직군 등 은 비정규직을 영구히 쓸 수 있게 만들었고, 26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대상업무도 신 직업분류에 따라 소분류로 재편해 대상업무를 130여 개로 확대했다. 비정규관련 모법보다 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을 확대하고, 중간착취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내용이다.

우리 고양시에도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노동시장에 수많은 비정규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모두 7월1일부터 비정규법 시행령에 의해 고용이 좌우될 예정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주장하듯이 ‘2년 짜리 파리인생’들로 넘쳐 정규직노동자는 천연기념물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비정규법안의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는 홈에버, 뉴코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보태야한다. 내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세계 제1의 비정규직 양산국가’ ‘파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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