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탁집배원 안충호씨

덕양우체국 상시위탁집배원 안충호(29)씨. 안씨는 아내와 5살된 딸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이제 6개월째 우체국에서 임시직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 고양동 지역의 우편물 배달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바쁘다. 하루에 안씨 혼자 배달하는 우편물은 3000여통정도. 보통 6시에 집에서 나와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새벽에 출근해 자기가 배달할 우편물을 챙기고 해질녘까지 배달한다.
다시 우체국에 들어오면 산더미같은 우편물들이 다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우체국에 접수된 우편물을 주소를 확인해 분류를 해놔야 하루의 일이 모두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나들이를 가는 것은 엄두도 내기도 힘들다. 일요일을 반납하고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 가장 안쓰러워 하는 것은 어린 딸이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자칫 아이에게 소홀한 아빠로 비춰질까봐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안씨는 “시간외 수당은 필요없으니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같이 퇴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임시직이라 위험수당이 없다. 오토바이로 배달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지만 임시직으로 일하는 그는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집배원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그로 인해 배달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항의를 할뿐 집배원의 애로점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너무 서글픈 일이다.

우편믈을 어렵게 손에 쥐어주고 돌아서기도 전에 바닥에 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집에 사람이 없어 수차례 들렀다가 헛걸음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전 안씨는 자신이 일하는 우체국에 아내를 데려왔다. 사실 안씨의 아내는 남편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 이후 아내는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이 힘이 된다. 그는 항상 아내와 딸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이것은 비단 안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집배원이란 직업은 정규직이건 임시직이건 모두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일하는 이른바 3D업종이다.

그러나 그는 계속 집배원으로 살 것이라고 한다. 비록 정규직 집배원으로 되지 못한다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잔으로 풀기도 한다. 그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큰 욕심부리지 않는 우리 시대 평범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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