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환 / 낚시채널 취재팀장

양식장 뛰쳐나와 하천에 정착...약 되려다 독 된 ‘괴물’ 배스

배스가 처음 이 땅에 나타난 것은 1973년이었다. 보릿고개도 겨우 넘기던 시절, 국민들의 단백질 공급이 목적이었다. 강원도 철원 토교지에 시험용으로 방류했고, 그 때부터 이 땅에 배스가 살기 시작했다. 그 후 대형인공호수(안동호, 춘천호 등)가 생길 때마다 어민들에게 소득증대의 목적으로 배스 양식을 장려했다. 그러나 배스는 국민들에게 생소한 물고기였고 약간의 흙내 때문에 식용으로 사랑 받지 못했다. 하나 둘씩 양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배스들은 버려졌고, 큰비가 오거나 홍수가 날 때마다 가두리 양식을 뛰쳐나와 한반도의 하천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배스는 원산지가 북미산으로 빠른 환경 적응력을 갖고 있다. 배스의 조상은 백악기 말에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공룡들이 멸종해도 배스는 살아남았을 정도였으니 그 뛰어난 환경적응력을 이미 공인 받은 셈이다.
 
배스 없애려면 꺽지와 쏘가리 육성

그렇다 하더라도 불과 30년 만에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 데에는 낚시꾼이 한 몫을 했다. 배스 낚시를 하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하기가 불편했던 일부 배스 낚시꾼들이 안동호, 춘천호에서 낚은 배스를 몰래 자기 동네 저수지에 풀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배스는 강화도에서부터 멀리 낙동강 하류까지 빠른 속도로 번식에 번식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고, 블루길과 함께 환경부 지정 유해어종이 됐다.

배스는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첫째, 배스 낚시대회를 대대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것도 국내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까지 치를 정도로 성대해야한다. 배스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어종이며 배스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배스 낚시대회는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대회를 치르는 곳이 안동호인데 배스는 안동시의 캐릭터가 될 정도로 지역의 중요한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둘째, 배스가 우리 몸에 어떻게 어디에 좋은지 연구해야 한다. 의외로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어 음식으로 권장할만한 근거가 취약하다. 또 요리연구가들은 어떻게 하면 배스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배스매운탕을 먹어본 적이 있다. 약간의 단맛이 나는 메기와 동자개(빠가사리)에 배스를 함께 넣으니 배스 특유의 흙내가 나지 않고 육질도 쫀득쫀득한 게 마치 쏘가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같은 배스라도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외래어종 들일 때는 신중하게

셋째, 배스와 대적할 만한 우리 고유의 토종들을 많이 육성해야한다. 배스도 식탐이 강한 어종이지만 우리에게도 이에 대적할 만한 한반도 고유어종들이 있다. 바로 꺽지와 쏘가리다. 실제로 쏘가리들이 많이 서식하는 소양호에 배스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바로 쏘가리들의 텃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땅에는 이미 배스가 살고 있다. 그리고 배스낚시도 낚시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고, 갈수록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스가 이 땅에서 우리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면 분명 잡아서 없애야하며, 다시는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애초에 정부가 이런 일이 일어날지 미리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외래어종들을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외래어종들을 들일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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