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강촌수필 문학회원

인간의 사고도 환경에 따라 진화
정발산에 평평한 순환 산책로를 
 
자연의 모든 생물은 환경에 따라 변화하며 진화한다. 이 점에 있어서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따금 아침이면 정발산을 오른다. 정발산은 일산 신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유일한 산이기도 하다. 정발산은 그 정상에 오르면 일산 신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시민의 입장에서 휴식처일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한 중요한 산책 코스이기도하다. 그래서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즐겨 찾는다.
정발산을 오르다 보면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한편 각박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오로지 앞만 보며 기를 쓰며 쫓기듯 산을 오르는 모습이 여유가 없어 보인다. 건강을 위해서 모진 마음을 품고 열심히 산을 오르는 모습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러는 한가롭게 산책을 하는 여유있는 모습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왜 산은 오르는 곳이어야 하나

우리나라의 대개의 산길이 그렇듯이 정발산도 대부분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로만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산길이 오르막길 중심인 것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기는 하다. 그래서 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산은 오르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늘 오르는 데만 치중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상층 지향적 특성의 도전적 성향이 큰 것 같다. 공부에서도 일등이어야 만족하고, 물질에 있어서도 남보다 많이 가져야 되며, 운전 중에도 앞서 가야 직성이 풀리는 경쟁의 습관적 강박 관념에 빠져 있다. 심지어는 개인의 가치관 설정에도 상대 비교하며 만족하는 고질적 타성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우리의 기질이 오르막 산길 같은 지형적 특성에 따른 환경적 영향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이 시대에 있어서 우리의 낭비적 요소 중 하나가 지나친 경쟁심이라 생각한다. 지나친 경쟁심 때문에 늘 조급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낭패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삶의 질이 우선되는 당면한 선진 사회를 이루는데 있어서 이들 지나친 경쟁의식은 양보와 배려의 마음을 저버리어 사회악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편편하게 이어진 편안한 길을

오르막 길 일색인 정발산에 수평으로 이어진 순환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산을 찾을 때면 늘 하게 된다. 정발산 밑자락을 따라 편편하게 이어진 그냥 편안한 길 말이다.
만일 그러한 순환로가 정발산에 있다면 그 길은 정발산으로 차단된 마을을 이어 주어 한적한 산길을 따라 이웃을 찾는 즐거움이 있을 게다. 그리고 시골길 같은 여유로움 속에서 낭만적 대화가 꽃 피우는 진정 아름다운 시민의 길이 될 것이다.
어우러져 사는 민주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지나친 경쟁의식을 촉발하는 수직적 사고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수평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평등 의식, 양보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공중 의식, 그것은 총화와 효율을 이루는 윈-윈(win win)의 기본 요소며 선진 시민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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