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고양의제21

고양의제21이 시행초기부터 표류하고 있다. 각 분과별 회의는 참석 저조로 제대로 열리지도 못했다. 사무국장 임명 문제로 고양시와 시민단체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올해 사업다운 사업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다. 더구나 지난 달 30일에는 의제작성분과 위원장과 의제 사무국장이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동시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79회 고양시의회 행정감사장에서는 의제에 대한 시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아야 했다. 고양시는 행정감사장에서 ‘내년도부터는 의제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폭넓게 개방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문제는 회원수같
은 양적인 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협력관계 무시
지방의제21은 자치단체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개발하는 한편 각종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파트너가 될 시민단체의 역할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의제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고양시가 아직은 시민단체를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 정책결정과정에서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단지 설득의 대상, 활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제 전 사무국장 김도운씨는 “의제는 시민들이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시에서 모든 것을 주관하려고 하는데에서 모든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로 김씨는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씨는 “의제 공동대표인 시장이 사무국장 임명을 마음대로 3순위에 있는 사람으로 바꾼 것은 의제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과의 파트너쉽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심규현 시의원(대화동)도 “당시 의제 사무국장 임명과정에서 운영위원회 동의를 얻어서 공동대표가 임명을 해야 했지만 시장은 운영위원회 동의 없이 3순위자를 임명해 운영위원회의 항의를 받지 않았나”라며 “아무리 공동대표라고 해도 시장이 정관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집행부가 의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제보다는 젯밥에 관심
시민단체들도 새롭게 마련된 의제라는 대화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자세와 대응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양의제21 추진협의회는 설치근거를 정관으로 마련해 두었지만 현실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 측은 “초기에는 여러 단체가 한데 모여서 만든 단체이다 보니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고양시에서 의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청소과의 한 관계자는 행정감사장에서 “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단체들은 자신들만이 공동대표와 임원을 하려는 아집 때문에 참여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사무국장 김도운씨는 “의제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위원들은 고양시청과의 원만한 이해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제 회원들이 이처럼 본래의 목적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참여하고 있다 보니 소수의 열성을 갖고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만이 근근히 명맥을 이어온 실정이다. 올해 의제의 대부분 분과위원회의 참석률이 40%를 밑돌았고 그나마 정기적인 모임조차 갖기 어려웠다. <표>

이처럼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자연히 올해 계획됐던 사업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의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많은 않은 것도 올해 눈에 띄는 사업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의제 예산은 8천만원. 이중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2천6백만원에 불과했다.

올해도 1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아직까지 채 5천만원도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측은 의제가 내부적으로 편견과 고집 등 내적인 갈등의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을 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심규현 시의원은 “집행부는 의제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갈 수 있도록 정관에 의하거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일을 집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지차체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참여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업, 시민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많을 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 고려해야 할 내용이 예전에 비해 매우 복잡해 졌다. 이 때문에 지역 의제에는 다양
한 단체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위원회나 협의회를 통한 행정기관의 간섭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맞춰야 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 행정기관은 정리되지 않은 논의구조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고양시 의제는 특히 다른 지자체보다 내용면에서 부실하다. 가까운 푸른부천21 실천협의회의 겨우 올해 1억5천의 예산 대부분을 집행. ‘학교 숲 만들기’, ‘친수공간확보및 시민의강’, ‘쓰레기200톤줄이기 및 대기개선’등 사업내용도 다양하다. 개인회원 150여명이 참여하고 있고 시청 각 과의 과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푸른부천의 한건희 사무국장은 “민간단체가 의제를 제안하고 시범사업을 제시하면 행정부서는 예산을 지원하고 입안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라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사업보다는 시와 민간단체간의 동반자적 의식”이라고 덧붙였다.

<표> 분과별 회의진행 현황
구분 의제작성 자연환경 사회복지 생태도시 문화교육 지역경제
1차회의 8/21 13/21 8/33 14/34 17/34 9/32
2차회의 8/21 10/27 7/35 10/33 12/31 14/33
3차회의 10/21 6/27 5/34 6/33 14/34 12/31
4차회의 6/26 4/34 10/34(소위) 13/21
5차 9/34(소위) 9/30
출석률 41% 33% 18% 30% 37%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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