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도서관 '붙박이족'부터 '원정군'까지 사람넘쳐

‘딩동’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390’이라는 번호가 찍힌다.

얼핏 보면 은행창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이 곳이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흔하지 않은 일이다.

고양시립마두도서관은 몰려드는 도서관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일 혼잡을 빚고 있다. 고양시 뿐 아니라 서울, 파주, 김포 등지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어 열람실을 이용하려면 두 세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예사.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은 열람실 좌석을 늘려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마두 도서관은 올해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3천여명으로 작년보다 천여명이나 증가했다. 자료실 이용자는 작년에는 863명선이었으나 올해는 1천672명으로 거의 두배 가량 증가했다 .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실직자와 대졸 미취업자가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마두 도서관의 경우 4개의 자료실(종합자료실, 시청각 및 정기간행물실, 음향자료실, 모자열람실)과 2개의 열람실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열람실 이용자들은 자료실은 더 필요없으니 열람실 좌석을 더 늘려 달라고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 정보제공의 장이어야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마두동에 사는 한 시민은 "왜 도서관이 고시공부나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느냐"며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사설 독서실을 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마두 도서관 열람실을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150여명 정도. 일반열람실 이용자의 약 3분의 1정도이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른바 열람실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개 취업을 위한 자격증이나 고시를 준비하거나 실직한 후 오갈데 없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다.

도서관 측에서도 일명 '붙박이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하에 있는 모자 열람실의 경우 당초 지금의 일반 열람실 자리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이용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옮기지 못했다.

고양시 학부모들이 이 문제를 계속 항의하고 있지만 도서관 측은 일반열람실을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몇몇 사람들의 반대가 거세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두도서관 유정일 관장은 "고양시에 마두, 행신 이외에 원당 도서관이 곧 개관할 예정이고 2003년 화정, 백석 도서관도 착공을 준비 중에 있어 앞으로 이런 문제점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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