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만원 들여 공원에 대형 태극기 설치

▲ 사진 한진수 팀장

시민들의 애국심을 키우기 위해 설치한 대형 태극기가 오히려 시민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고양시는 각 구별로 하나씩 화정중앙공원(덕양구), 주엽동 강선공원(일산서구), 마두동 강촌공원(일산동구)에 높이 30m, 가로·세로 9m, 6m 크기의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 지난 2월 29일 태극기 계양구조물 공사를 시작, 8월 17일 완공해 설치된 것으로 총 사업비는 8500만원이 들었다.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에는 공원이나 관공서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국기를 달아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며 “태극기를 바라보며 학생들을 비롯해 주민들에게 나라사랑을 한번 되새기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대형태극기를 각 구마다 하나씩 설치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또한 가로수와 건물에 묻혀 보이지 않을 수 있어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태극기에 대해 시민들은 태극기를 보며 애국심을 느낀다는 일부의 반응도 있지만 대체로 거북스럽다는 입장이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족나들이를 나왔다가 주엽역 사이에 있는 대형 태극기를 보고 놀랐다는 이윤재 씨는 “아파트 연결 통로로 사용되는 좁은 공원에 거대한 태극기는 미관상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의 대형태극기 설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물을 만들기 전에 도시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가 이번 사업에 도시미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동에 사는 이석준 씨는 “위압감을 주는 거대 태극기를 꼭 일반 공원에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원 분위기를 망치는 태극기를 철거해야 한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