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성분 및 유해성 하늘과 땅 차이

물은 넓은 의미로 세제다. 대부분의 음식물 찌꺼기나 때는 깨끗한 물로만 씻어도 쉽게 떨어져 버린다. 따뜻한 물을 이용하거나 손으로 문지르면 더욱 효과가 크다. 그러나 때론 물로 깨끗하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지방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주방세제나 세탁세제 등 합성세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환경과 건강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비누

물빨래만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기름때를 비누나 세제로 빼는데 이 때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계면활성제이다. 계면활성제는 기름때를 물 속에 녹아나게 하고 때가 다시 달라붙지 않게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계면활성제는 비누(지방산계), 석유계(LAS, AOS), 식물계(AS, AES) 등으로 나뉜다. 이때 석유계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를 합성계면활성제라고 하고, 이 합성계면활성제가 첨가된 세제를 총칭하여 합성세제라고 부른다.

비누 제조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비누제조에 대해 기록한 점토판이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비누의 전문제조업자가 등장한 것은 8세기경이며, 비누가 대량으로 제조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말이다.

비누는 5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 해 온 안전한 물질이다. 비누는 물에 들어가면 기름과 소금으로 흡수 분해되고, 강으로 흘러 들어가도 수중 생물의 먹이가 되어 식물연쇄(食物連鎖)가 진행된다.
세정력 또한 합성세제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안정성, 분해성 등을 고려할 때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비누와 합성세제를 구별하는 것은 간단하다. 제품 뒷면에 비누는 ○○용 비누로 표기되고 합성세제는 ○○용 세제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수질오염의 주범 합성세제

합성세제가 늘어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합성세제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수도보급이 널리 되지 않아 지하수를 많이 사용했고 빨래도 주로 개울가에서 많이 했다. 지하수나 개울물에는 마그네슘, 탄산칼슘 등의 미네랄 성분이 많이 녹아 있기 때문에 경도가 매우 높아 비누칠을 해도 거품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합성세제였다. 당시 “○○타이”로 유명했던 그 제품은 합성세제를 대신하는 말이었다. 세척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났다. 그 후 합성세제는 수도 보급률이 높아지고, 세탁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급속도로 퍼지게 됐다.
그 동안 계속된 홍보 덕분에 지금은 사용량이 많이 줄었지만, 때가 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에 아직까지도 세제를 표준량보다 많이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생활하수 오염의 5∼6%가 합성세제에 기인한다고 한다. 연간 합성세제 오염도가 전국적으로 29만 톤 이상에 달하며 이는 공장 2천 개에서 나오는 폐수의 오염도와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비누는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어 하루만에 분해되는 반면 합성세제는 본래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30일 가까이 분해되지 않고 남아 적조를 일으키고 어패류의 경우에는 알의 부화율을 떨어뜨리며 기형고기를 발생시킨다. 또 식물의 경우에는 발아 성장을 떨어뜨리고 벼의 생육 장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합성세제는 정수 처리장에서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마시는 물에도 잔류한다.

내게 되돌아오는 합성세제 피해

합성세제에 첨가되는 보조첨가제는 통상 15~20가지의 화학첨가제가 사용된다. 형광증백제나 표백제가 대표적인 예다. 합성세제의 유해성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습진, 알레르기,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일으키는 피부 장애다.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합성세제가 피부세포를 파괴하고 간장과 신장의 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합성세제를 오래 사용한 주부들의 경우 손이 거칠어지곤 한다. 몸은 피부에 둘러싸여 외부로부터 나쁜 것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각질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가 있는 합성세제는 지방을 물에 녹게 한다. 그런데 피부막을 녹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질의 지방도 녹이므로 각질에 상처가 나고, 각질에 상처 나면 기름기가 빠져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피부가 거칠어지고 갈라질 뿐 아니라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반면 비누도 계면활성제로써 작용을 하지만 합성세제와는 달리 단백질 케라친을 거의 파괴하지 않는다. 비누도 지방을 물에 녹이게 하지만 단백질과 결합시키는 힘이 약하므로 피부 안에서부터 피지선에 의해 지방이 보충돼 손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고 본래의 매끄러운 피부로 돌아간다.

합성세제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하는 세탁과 부엌일을 통해 손의 피부로부터 체내에 들어온 유해한 성분은 내장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합성세제 샴푸와 린스를 거의 매일 원액 그대로 머리에 문질러대거나, 피부가 갈라진 손에 합성세제액을 묻히거나, 또는 매일 밤낮으로 합성세제가 들어간 치약으로 이를 닦는다면 그 흡수량은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임신한 쥐에게 합성세제의 주성분인 ABS를 투여하면 기형의 새끼가 태어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발암물질을 ABS와 함께 투여하면 단독의 경우보다 악성종양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것 또한 실험 결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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