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한 / 본지 이사·전 발행인

저급한 의원이 불명예를 넘어 고양시의회를 값싸게 만든다

12년 전 고양시민회 지방자치대책위 책임자로 제1기 고양시의회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평가의 결과는 시의회는 주민의 대변자로서 주민복지 향상에 기여했다기보다 소수 특권집단의 거수기로 전락하였고, 본래의 순수성보다 자신의 보신과 이익을 획책했다는 혹평이었다.

우리는 평가를 하며 의회가 평가자료를 거울삼아 차기에는 바람직한 의회상을 정립해 달라는 간절한 바람도 함께 담았었다.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2성상을 거쳤건만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고, 오히려 초기의 순수성마저 잃고 일상적으로 대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평가보고서를 다시 읽으면서 시의회가 반드시 있어야할 존재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요즈음 연이어 전국적인 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고양시의회를 불명예를 넘어 저급하게 보이게 한다. 전 현직 의원간 불화로 발생한 살인사건, 대규모 건설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수뢰에 따른 구속, 직위상 얻은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엄청난 부당이득 취득 등이 그것이다.

영세한 사업자들이 수의계약건의 관급공사를 해볼라치면 부딪치는 문제가 상전인 의원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자신이 그 분야에 전문적이며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의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하소연을 듣곤 했다. 조그만 이권에도 촉수를 뻗치고 있으니 보다 큰 잿밥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위 시의회 평가를 할 때, 의원의 청원과 조례제정 발의 건수, 회기 내 발언 횟수, 심지어 출석률까지도 평가의 항목으로 선정해 실증적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뒤편에서는 자신의 토지에 부가가치가 상승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도로 노선을 조정하고 있고, 후에 안정적 사업을 마련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면 말이다.

기초단체 의원까지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전환했다. 아직 겸직을 허용하고 있고, 전업으로 해도 모자라지 않는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의회는 의장단협의회를 통해 연봉인상 논의하고 있다. 유급제 전환은 시민의 세금을 지급한 만큼 책임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 스스로 발로 뛰어 얻어내야 할 창조적 조례제정, 주민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외유성 연수 등 자신의 보신과 이익을 위하고도 모자라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 물론 소신과 원칙 그리고 노력하는 성실한 의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저급한 몇몇 의원이 고양시의회를 값싸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조차 부끄럽다. 엄격한 도덕성이 식상한 것 같아도 제일의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자치에서 의정활동이나 집행부 감시 기능은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공인인 이상 ‘게걸스럽지 않고 졸부적 느낌이 없길’ 바란다. 요즈음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도 지도자의 자질론으로 도덕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예전만큼 심각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며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사회 일반이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살고 싶은 도시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고양시, 세계에서 역동하는 10대도시에 걸맞는 품격 있는 고양시의회를 바라는 것은 정령 꿈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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