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 호수공원 조각

사람들의 하루는 24시간. 저마다 다른 표정과 무늬를 가지고 24시간을 살고 있다.

독일에서 호수공원을 방문한 조각가 파울 이젠라트(Paul Isenrath·뮌스터대 교수)씨에게도 하루는 24시간. 이젠라트씨의 24시간이 24개의 대리석과 그 위에 올려진 찌그러진 철판으로 호수공원에 남아있다.

그가 남가고 간 하루는 ‘조작가의 하루.’ 그의 하루에 끼어 들어 볼까. 24명의 친구들을 불러 대리석 위에 앉히고(물론 상처 난 철판 때문에 불편할 거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이젠라트의 1시간’을 발표하는 거다. 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요. 그럼 수건돌리기 하지 뭐.

이젠라트씨는 ‘자신의 하루’를 정말로 24시간 동안 만들었다. 24시 혹은 0시로 명명되는 곳에서 출발해 1시간마다 대리석 위의 철판을 해머로 두들겼다. 매 시간마다의 심리적 변화를 반영하듯 어떤 시간은 심하게, 어떤 시간은 상처가 보일락 말락. 철판을 내려친 힘의 강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짓고, 흠집의 위치도 각각 다르다.

‘조각가의 하루’는 반듯한 대리석 위에 올려진 찌그러지고 흠집이 패어져 있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아무리 반듯한 사람도 흠집이 있으며, 아무리 찌그러져 보이는 사람도 반듯한 토대 위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일상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 미시적 시간 안에서 엄청난 변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혹 아는가. 울상 짓던 당신의 표정이 행복한 미소로 바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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