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써주고 보도사례비까지

“시정홍보요원이요? 기자실의 고양시청 주재기자를 말합니다.”

지난 6일 고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박원필)의 기획관리실 예산 심의는 예정대로 언론관련 예산 때문에 질의 응답이 계속됐다.

불필요한 예산이 아니냐는 시의원들과 예전처럼 집행되길 바란다는 집행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공보실 담당 공무원의 ‘시정홍보’용어 사용에 시의원들과 방청석의 시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김경태 의원이 시정홍보요원 간담회 명목으로 예산이 책정돼있는데 시정홍보요원이 누구냐고 물었다. 담당공무원은 기자실 주재기자라고 답변했다. 심규현 의원은 의자구입(60만원)비와 파티션 구입(360만원)이 책정돼있는 시정홍보실이 어디냐고 물었고 역시 담당공무원은 기자실을 시정홍보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시정홍보실 운영 예산으로는 별도로 1천831만1천원이 책정돼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계도용 신문의 정식 명칭도 시정홍보용 신문으로 7천여만원이 책정돼있다.

“신문에 나는 건 기사지 홍보가 아닙니다.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지역 홍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뭡니까. 고양시 관련기사를 지역홍보라고 하면 세상에 시정 홍보지 아닌 신문이 어디 있습니까.”

강태희 의원의 강도높은 비판과 지적에 김명회 기획관리실장은 “기자들을 위한 구독”이 아니라며 말끝을 흐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왔던 사업으로 계속 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쐐기를 받듯이 시의원들에게 삭감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담당 실장의 태도에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고양소식, 시정뉴스 제작 관련 예산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시정홍보는 이처럼 행정기관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매체에 사용되는 용어. 그럼에도 공보담당 관련 공무원들이 비판과 견제가 제 역할인 신문을 시정홍보신문으로, 기자들을 시정홍보요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이날 의회 방청을 했던 윤선주 씨는 “시정홍보실이란 이름으로 기자실이 시청 내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들의 ‘오해’가 기자실과 기자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 셈.

엄연한 사기업으로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해야하는 언론을 행정기관에서 홍보실, 홍보요원으로 오해하는 이유는 뭘까.

보도자료 제공용 디지털 카메라 예산 80만원에 대해 용도를 묻는 질문에 담당 공무원은 “기자들에게 보도용 사진을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99년 10월 고양시의회는 기자실에 배포된 “고양시의회 이래도 되나”라는 제목의 시의회 비난 보도자료 때문에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해명에 나섰던 장용재 문화공보담당관은 “기자실 지방지 기자 3인이 기사 초안을 들고 와 타이핑을 부탁해 여직원이 해당부서에 수치 확인을 한후 기자실에 자료를 갖다 주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에 취재 작성, 사진 촬영까지 공보실에서 담당해왔다는 얘기. 매번 ‘낭비성’의혹을 받았던 행정기관이나 시의회의 해외 방문시 주재기자들이 순번을 정해 경비를 전액 지원받으며 참석하는 것도 시정홍보 요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일부 기자들의 사례이지만 그 때문에 기자실과 전체 신문사가 싸잡아 시정홍보요원으로 전락하게 됐다.

다른 지역의 경우 촌지 명목의 사례비를 기사 내용에 따라 지급하기도 했다.
96년 군포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포시는 95년 11월부터 96년 10월까지 1천2백5만원을 경기인천지역 11개 지방일간지와 일부 중앙일간지 기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보도사례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포시는 각각의 보도내용에 따라 기자들에게 10만원에서부터 40만원을 보도사례비로 지급했다. 함께 첨부된 지출결의서에 시정홍보에 따른 홍보비 지급이라는 명목의 돈이 1백여만원에서 2백여만원씩 일정기간마다 전달자 문화홍보담당관 이상희(95년은 문화공보실장 백인현) 명의로 영수처리돼 있었다.

당시 군포시 이상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시정 홍보에 따른 반대 급부적인 사례비로 지급된 것이라며 95년은 보도사례비로, 96년은 시정홍보비로 보상금란에 편성돼 있던 예산이라고 밝혔다. 군포 경실련은 “기사가 나갈 때마다 기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사는 것”이라며 낭비성 예산 집행 중지와 예산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었다.

고양시도 97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세계꽃박람회를 앞두고 시청 주재기자들에게 보도사례비 1천114만원을 지출했던 것. 고양시는 경기도에 꽃박람회 기간동안 1억5천만원의 시책 추진 업무 추진비 승인을 요청했었다. 첨부된 업무 추진비 내역서에는 언론사 보도사례비 5천70만원이 포함돼있었다. 그러나 경기도가 9천만원만을 승인함에 다라 실제 보도사례비는 1천여만원만 지출됐다.

당시 고양시는 계획됐던 1억5천만원의 업무 추진비 내역을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각 언론사별 금액까지 세세하게 명시돼있어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결국 언론홍보와 기자실 운영을‘품 적게 들이는 고급 시정홍보’라고 생각하는 행정기관과 이러한 기대에 편승해 ‘언론 역할’을 하고 있는 일부 신문사와 관련 기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자유당 시절 구태’라는 언론 관련 예산 삭감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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